2024년 한 해 동안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지원을 많이 한 회사는 삼쩜삼·티맵모빌리티·여기어때·위버스·무신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묻지마 지원 열풍이 불었던 IT 대기업들이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고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인지도가 높고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으로 취준생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HR테크 원티드랩 함께 고객사 3만 곳을 대상으로 지난 해 채용공고 당 지원율을 분석한 결과 상위 5개사는 삼쩜삼, 티맵모빌리티, 여기어때, 위버스, 무신사 순으로 조사됐다.
채용 업계에서는 큰 회사를 무조건 지원하기보다는 업력이 짧더라도 실적이 탄탄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한다. 실제 같은 기준을 적용한 2023년 조사에서도 교보문고, 쏘카, 인터파크트리플 등이 상위 5개사에 포함됐다.
세무 도움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올해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대중 인지도가 높고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대표적 회사로 꼽힌다. 지난 해 창사 이래 첫 대규모 공개 채용을 도입한 이 회사는 백엔드(BE), 프론트엔드(FE), 모바일 엔지니어 등 두 자릿수 경력 개발자를 채용해 화제가 됐다. 최근에도 개발과 디자인, 마케팅, 개인정보보호 분야 등 총 17개 직군에서 채용을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5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잘알려진 대기업이더라도 대내외 악재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 채용 선호도에 즉각 반영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IT·게임 업종의 대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는 것은 물론 소리 없는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허리띠 조이기에 들어간 것이 과거와 같은 묻지마 지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의 직원 수는 총 8297명으로 전년(8864명)보다 567명(6.4%) 줄었다. 네이버는 4417명으로 546명(11%), 카카오는 3880명으로 21명(0.5%) 감소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직원 수 감소는 2019년(92명 감소) 이후 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신규 채용 인원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상반기 신입 공채로 두 자릿수 규모의 직원을 뽑았다. 직전해 상반기 세 자릿수 채용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규모다. 네이버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채용 인원은 2021년 838명, 2022년 599명, 2023년 231명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3년 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카카오는 지난 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신입 공채를 하지 않았다. 카카오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21년 994명, 2022년 599명, 2023년 231명으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채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만 해도 직원 대우가 좋은 기업을 묶어 이른바 ‘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플러스·배달의민족)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취준생들의 관심이 컸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아무리 대기업이거나 유명한 회사라도 직원 구조조정 등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금세 취업 선호도가 떨어지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고 전했다.
업종 불문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채용 양극화가 새해 들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원하는 기업에 입사할 때까지 N수생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 취준생이 늘어나면서 특정 기업 쏠림 현상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상당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인재난으로 더욱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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