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로 항공기 안전 강화 조치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여야의 정쟁으로 올해 항공 업계의 정비 부담은 증가하게 됐다.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인해 항공기 부품 관세 면제 조치를 연장하는 법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항공 업계는 늘어난 정비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올해부터 수입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율이 80%로 내려간다. 지난해 100%에서 20%포인트 줄어드는 것이다. 이후 매년 20%포인트씩 감소해 2029년에는 관세 감면 혜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세법개정안이 통과될 때 수입 항공기 부품 관세 면제 조치를 연장하는 관세법 개정안이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여야 간사들은 지난해 11월 말 부품 관세 면제 기간을 1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당초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대로 수입 항공기 부품 관세 면제 조치를 2029년까지 5년 연장하는 쪽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세 면제 연장에 비교적 보수적이었던 기획재정부 측에서 ‘1년 연장안’을 제시하고 조세소위 간사들도 이 안에 동의하면서 이를 토대로 국회에 세법 개정 수정안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당의 감액 예산안이 11월 말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하고 뒤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겹치면서 수정안 상정은 무산됐다. 당시 국회에서 추가적인 세법 개정 논의를 거치며 관세법 개정안을 정부 원안대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항공 업계에서는 이번 부품 관세 면제 법안 무산으로 정비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부품 관세 면제 조치를 2029년까지 연장할 경우 2770억 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의 비용 부담이 항공 업계에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항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 사고와 관련해 항공기 안전 강화의 필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국민이 느꼈을 것”이라며 “항공기 부품 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안전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데 면제율 하락으로 항공사의 재정적 부담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국내 항공정비(MRO) 산업 육성과 외국 항공사와의 가격경쟁 측면에서 부품 관세 면제 조치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일본·영국과 같은 국가들은 세계무역기구(WTO) 민간항공기교역협정(TCA)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항공기 부품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항공기 부품 관세 면제 문제는 향후 국회에서 논의가 재개돼야 다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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