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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인재확보 등 인프라 지원 대폭 확대를”

31년 국내서 5.6만명 부족

美日 반도체인력 유치사활

中은 인력브로커까지 고용

시제품 제작 인프라 갖춰야

세미콘 재팬(Semicon Japan) 2024




지난해 12월 13일 도쿄 고토구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반도체 산업 박람회인 ‘세미콘 재팬(Semicon Japan) 2024’. 일본 정부에서는 경제산업성 뿐만 아니라 문부과학성의 국장급 공무원도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문부과학성은 한국의 교육부과 과학기술부, 옛 문화체육부 등을 합친 조직으로 최근 일본 정부가 최첨단 연구개발(R&D)과 차세대 반도체 인재 육성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이 우리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도 일본처럼 현장을 발로 뛰면서 R&D 지원∙우수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2031년 국내 반도체 인력은 무려 5만 6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1784명이 모자란 것으로 집계됐으니 9년 사이 부족 인력이 31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대내적으로는 학령인구 감소에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선호 현상까지 맞물린 데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글로벌 인재 쟁탈전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위 0.1%의 인재를 데려가겠다”며 H-1B 등 이민 제도를 손보겠다고 공언했다. H-1B은 과학·기술·공학·수학 고숙련 전문직 외국인에게 최대 6년 체류를 허가하는 취업 비자다.



중국에 이어 미국과 일본까지 최첨단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 전례 없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이 자칫 기술과 인재 유출 통로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 업체인 청두가오전(CHJS)은 브로커를 고용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인력들을 대거 스카우트하다가 뒤늦게 경찰에 덜미가 붙잡혔다. 이미 삼성전자가 4조 3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20나노급 D램 공정 기술을 빼돌린 뒤였다.

전문가들은 국보급 엔지니어를 지키며 한발 더 나아가 한국에 데려오기 위해서는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파격적인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차·인공지능(AI)이 굉장히 중요하다지만 말잔치일 뿐, 업계 평균 연봉으로 따지면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라며 “정말 값어치를 한다면 보수를 확실히 챙겨줘서 해당 분야에 좋은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열악한 R&D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가반도체연구정책센터가 국내 반도체 첨단패키징 R&D 정책방향에 대한 산학연 전문가 조사 결과 “투자 부족으로 석박사 인력뿐만 아니라 전공 교수조차 부족하다. 석박사 인력양성과 함께 첨단패키징 시제품을 제작해 볼 수 있는 연구·실증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실전형 인재를 양성하려면 노후화된 R&D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숙제도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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