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급증 속에 적극적인 환오픈 전략을 쓰고 있는 연기금·공제회들이 지난해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 차익으로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이런 환율 고공 행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 데다 환헤지 비용 부담으로 인해 해외 자산에 대한 환오픈 비중을 늘리는 곳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교직원공제회는 기존에 채권 자산의 80%에 대해 적용하던 환헤지 전략을 올해 30%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국내 공제회 중에서도 환오픈 비중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현재 해외 주식과 에쿼티(지분) 투자는 자율적으로 100%까지 환오픈을 할 수 있다. 채권 자산만 환헤지 비율이 80%로 높았는데 이를 30%까지 낮춰 강달러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으로 생기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격을 고정시키는 것으로, 자산의 가격 변동만 수익률에 반영돼 환율 급변으로 인한 투자 위험을 없애는 투자 방식이다. 다만 헤지 수수료와 달러 조달 비용 등으로 투자 금액의 2% 정도 비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유동성이 줄어드는 영향이 있다.
반면 환오픈은 수익률을 환율 변동에 노출시켜 통화의 상승·하락을 감수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환오픈 전략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는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상승할 때는 원화 환산 수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해외주식과 해외 대체자산, 2019년부터는 해외 채권까지 ‘0% 환헤지’(100% 환오픈)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2022년에 시장 상황에 따라 해외 자산의 환헤지 비율을 10%까지 높일 수 있는 전략적 환헤지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면서 이미 요건을 충족한 만큼 기금운용본부의 결정에 따라 발동 시점이 결정될 전망이다.
환오픈 전략은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에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 지난달 30일 국민연금이 발표한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기금 운용 수익률은 11.34%로 연평균 수익률 5.92%를 크게 상회했다. 해외 익스포저가 높은 연기금·공제회도 높은 수익률이 기대된다. 특히 교직원공제회(58.3%)·사학연금(39.8%)·공무원연금(35%)과 같이 해외 자산이 많으면서 환오픈 비중도 높은 곳들은 역대급 수익률이 점쳐진다. 한 공제회의 기금운용 담당자는 “환오픈 비중이 높은 곳들은 환율 상승 효과로 10% 넘는 평가이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환헤지 비중을 소규모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인 곳도 있다. 현재 100% 환오픈 전략을 취하고 있는 사학연금은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채권의 경우 일부에 한해 환헤지를 적용해 환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올 하반기 자산 가치평가 용역을 맡길 때 관련 변수들을 반영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재 환헤지 비중이 80% 이상으로 높은 과학기술인공제회·경찰공제회·군인공제회 같은 경우 당장 환오픈 비중을 늘리지는 않을 계획이다. 운용 자금의 특성상 적극적인 자산 증식 보다는 변동성 축소를 통한 자산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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