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공개(IPO) 규모가 지난해 2%(조달 금액 기준)가량 증가했지만 올해는 국내외 정치 사안에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6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75건의 IPO로 29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2023년보다 건수는 5% 줄고 금액은 2%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지난해 글로벌 IPO 시장에서 건수 기준 4위, 조달 금액 기준 12위를 기록했다. 박정익 EY한영 감사 부문 마켓본부장은 “올해 한국 IPO 시장은 대내외 정치적 현안와 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자본 유출과 주가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고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과 IPO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점쳐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의 회복력은 IPO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주가 상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글로벌 IPO는 총 1215건이 성사돼 2023년의 1351건보다 약 10% 감소했다. 총 조달 금액은 1212억 달러로 전년 1261억 달러보다 4% 줄었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사상 처음으로 IPO 건수 기준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인도의 IPO 건수는 미국의 약 2배, 유럽의 약 2.5배에 달했다. 미국은 2021년 이후 IPO 조달 금액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미국 상장기업 중 해외 발행사가 역대 최대인 55%에 달했다.
중국은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1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호주도 20여년 만에 가장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글로벌 IPO 기업들은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털(VC)에서만 전체 금액의 46%를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관련 IPO도 급증세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EY한영은 올해 글로벌 IPO 시장에서 정치적 요인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미국 대선 이후에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IPO 활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점에 주목했다. 재정·통화 정책의 변화,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공급망 조정, AI와 디지털 혁신, 미국 신정부의 영향력 등이 글로벌 IPO 시장을 재편하면서 올해 글로벌 IPO 시장이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본부장은 “한동안 둔화됐던 글로벌 IPO 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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