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 이후 1조 원에 육박하는 적립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5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높은 수익률 등을 내세워 은행 등 다른 금융사 자금을 추가로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부문의 상위 3개 증권사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006800)·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016360)은 실물 이전 제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말부터 이날까지 총 8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다른 회사에서 흡수했다. 특히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제도 시행 한 달 만에 3000개 계좌와 1000억 원의 자산을 수관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그 액수를 3000억 원 이상으로 늘렸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12일 이미 2000억 원어치가 넘는 퇴직연금을 자사로 이전했고 현재는 그 규모를 미래에셋증권과 비슷한 3000억 원 전후까지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역시 개인형(IRP)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시장에서 모두 선전하며 다른 금융사에서 상당액을 유치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3개사 외에 다른 증권사들 실적까지 모두 더할 경우 퇴직연금 실물 이전 금액이 총 1조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은 가입자가 해지 과정에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상품은 그대로 둔 채 운용 사업자만 바꿀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증권·은행·보험 등 42개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400조 1000억 원, 이 가운데 증권사 14곳의 금액은 96조 5000억 원이다.
시장에서는 올해가 사실상 퇴직연금 자금 유치 경쟁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 상품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증권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7.11%(2023년 기준)로 4%대의 은행과 보험사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올해부터는 NH투자증권(005940)·KB증권 등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속속 선보인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로 사업자들이 저비용·고성과 펀드 투자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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