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투시경보다 수만 배 높은 민감도를 가진 적외선 센서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차부터 양자컴퓨팅까지 폭넓은 활용이 기대되는 한편 글로벌 양자 기술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8일 이정용(사진)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콜로이드 양자점을 활용해 기존 적외선 광검출기의 85배에 달하는 전자를 생성할 수 있는 아발란체 전자 증폭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콜로이드 양자점은 반도체 나노입자의 하나다. 이를 활용해 양자 큐비트 기술의 양자 상태를 만드는데 이때 필요한 매우 미세한 빛을 증폭시켜 감지하는 고성능 센서 소자로 활용되는 게 아발란체 광다이오드다. 야간 투시경이나 자율주행차, 우주 관측, 양자 통신 등에 쓰이는 등 응용 분야에 핵심 역할을 하지만 그동안의 기술력은 민감도와 열잡음 문제로 한계가 명백했다. 이런 배경에서 극저온 구동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고 적외선 대역에서 탐지 효율을 갖는 소재의 부재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KAIST는 이 같은 기술적 한계를 콜로이드 양자점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단점을 최소화해 극복했다. 다시 말해 화학적으로 합성된 콜로이드 양자점은 용액 기반 반도체로 결정질 반도체와 다른 에너지 구조를 가져 열잡음 생성을 억제하는 장점이 있었다. 이런 성질 덕분에 적외선 센서의 유력한 후보 물질로서 주목을 받았지만 전하가 반도체 소자 내에서 얼마나 빠르게 퍼져나가는지 가늠하는 척도인 전하 이동도가 낮고, 양자점 표면에서 자주 발생하는 불완전 결합 탓에 전하 추출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진은 전자를 가속해 운동에너지를 얻고, 인접 양자점에서 다수의 추가 전자들을 생성시켜 상온에서도 적외선 신호가 85배 증폭되고 탐지 감도 역시 높인 소자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기존의 높은 열잡음으로 인해 극저온 상태에서만 단일 광자 계측이 가능했던 양자 큐비트에서도 양자점을 활용해 상온, 상압의 단일 광자 계측용 아발란체 다이오드를 구현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1저자인 김병수 KAIST정보전자연구소 박사는 “양자점 아발란체 소자는 기존에 보고된 바 없는 신개념 연구 분야로서 본 원천 기술을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차와 양자 컴퓨팅, 의료 영상 시장 등을 선도할 벤처 기업 육성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책임 연구자인 이정용 교수는 지난 2022년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이 교수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해 에너지·환경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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