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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노래지면 늦는다” 악명 높은 췌장암…예방법은 [건강 팁]

■이보람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초기 증상 모호해 대부분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

5년새 췌장암 환자 29% 증가…5년 생존율 10%대

항암제·수술기법 발전 힘입어 장기 생존 가능성 높아져

이미지투데이




췌장은 복강 내에서 간, 십이지장, 비장 등에 둘러싸인 깊은 곳에 위치한 장기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혈당 조절에 필요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췌장에 악성 종양이 생기면 이러한 중요한 기능이 크게 손상된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모호하고 진단이 어려운 암 중 하나다. 복부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 암이 진행되기 전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매우 미미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췌장암 발견이 늦어지거나 암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췌장암은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율이 낮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췌장암의 발생자는 9780명으로 갑상선암을 포함한 전체 암 가운데 발생률 8위를 기록했다. 2018년 췌장암 발생 환자가 7611명이었음을 고려하면 5년새 28.5%나 증가한 것이다.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0% 수준에 머물렀다. 췌장암의 불량한 예후는 진단 시점이 늦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췌장암 발생자의 43.8%가 원격 전이 단계에서 발견됐고 이 경우 5년 생존율은 2.6%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췌장암이 생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증상은 복부 통증, 체중 감소, 황달 등이다. 췌장암 환자들은 종종 복부와 허리 부위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이유 없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소화불량, 식욕 부진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암이 진행되면서 담관을 막아 황달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피부와 눈이 노랗게 변하며 소변 색이 짙어지는 황달은 췌장암의 대표적인 경고 신호 중 하나다. 갑자기 당뇨병이 생겼거나 기존에 있던 당뇨병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도 췌장암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췌장이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2018-2022년 국내 췌장암 발생 환자 수.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췌장암의 치료법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발전했다. 과거에는 췌장암 수술조차 어려운 상태로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복강경, 로봇 수술과 같은 정교한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수술 가능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복강경 수술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출혈과 통증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로봇 수술은 고해상도 카메라와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하게 움직이는 로봇 팔을 이용해 복잡한 술기를 수행할 수 있다. 덩달아 췌장암 수술의 성공률도 크게 향상됐다.

진단 당시 췌장암 수술이 가능한 환자의 비율이 높아진 데는 항암치료 부문에서 진전을 거둔 것도 한몫 했다. 과거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을 법한 환자들도 항암제를 써서 종양 크기를 줄인 다음 수술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었다. 항암제의 발전 덕분에 수술 후 재발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생존율 또한 향상되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 췌장암 수술을 받았더라도 암이 재발하는 환자가 흔했다. 항암 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는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과거 10%대의 생존율이 예상됐던 환자도 30%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췌장암 환자의 장기 생존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아직까지 췌장암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은 가능하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금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금연 후에도 10년 이상이 지나야 위험도가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알려졌다. 또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육류·지방의 과도한 섭취를 제한하면 췌장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췌장염, 당뇨병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우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만약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면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췌장암은 낮은 생존율로 악명이 높다. 몇몇 환자들은 췌장암 진단만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치료를 포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절대 피해야 할 선택이다. 치료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제 췌장암의 완치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췌장암의 조기 발견에 힘쓰고, 의료진의 조언을 따라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길 권장한다.

이보람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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