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그래비티벤처스 투자팀장은 벤처투자업계에 입문한지 만 4년이 되어가는 투자자다. 현재까지 35개 스타트업에 누적 약 200억원의 벤처투자를 집행했다. 2024년 3월에는 그래비티벤처스가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와 Co-GP로 결성한 "충남혁신 그래비티 창업초기 투자조합"의 핵심운용인력으로 등재되며 첫 모태자조합 운용이력을 갖췄다. 그는 2024년 3월에 충남 천안시로 본점을 이전한 것에 대해 "오히려 지역일수록 아직 투자자들에게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많다"면서 "잠재력 있는 창업가를 발굴하여 액셀러레이팅으로 가치를 창출하는데 더 유리하기에 투자자로서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3년생인 박 팀장은 만 31세의 젊은 투자자다. 통상 신입보다 학계나 산업계 경력직을 선호하는 투자업계에서 신입으로 입문한 드문 케이스다. 길지 않은 업력에도 그는 딜 발굴부터 투자집행과 회수, 조합결성, LP관리와 청산까지 조합운영 전 사이클과 관련된 업무를 모두 경험했다. 그는 "업계에 처음 입문하던 때와 비교하면 창업자들의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생태계가 성숙하면서 젊은 창업자가 운영하는 저연차의 스타트업이 과거라면 믿기 어려운 정도의 성과를 달성하는 것도 보인다. 업계가 젊어지는만큼 젊은 아이디어를 가진 심사역들의 역할도 지속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투자기관 내부에서의 적극적인 권한 위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앞으로 스타트업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큰 조직보다 작은 조직에서 더 주인의식을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이 주인의식이 있어야 투자결정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실사하게 되고, 현장의 의견이 반영돼야 더 질 높은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것. 실제로 그래비티의 대표적인 딜 중에서는 담당심사역이 '그래도 이건 한 번 더 봐야겠다'고 의견을 내서 재발견된 사례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팀장은 "경영진은 현장(심사역)의 의견을 존중하고, 심사역은 경영진의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를 배우고 응용할 때 가장 좋은 성과가 나온다. 투자자는 의사결정이 전부이므로 질 높은 결정을 위해서는 기업문화가 수평적이어야만 하고, 성과가 나왔을 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실제로 박 팀장은 젊은 연령에도 그래비티벤처스의 주요 주주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팀장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화장품의 해외진출은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이 아니면 상사를 껴야만 해외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최근 몇 년 간은 중소기업들이 실리콘투와 같은 해외진출 전문업체를 통해 진출하여 '대박'을 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투자검토했던 사례 중에는 충남 보령의 스타트업이 미국의 초대형 아티스트와 직접 계약을 맺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다면 (서울이 아닌) 한국의 지방에서도 바로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팀장은 "과거의 성공 공식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만큼 벤처투자도 기존의 관성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여전히 연공서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 한국 벤처투자업계에서 나이와 경력을 불문하고 열정과 역량을 갖춘 젊은 심사역에 더 많은 역할이 부여될 때, 젊은 창업자들과 함께 뛰는 벤처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액셀러레이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VC업계에 비하면 표준적인 인재 육성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 내실을 다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팀장 1년차인 지난해부터 투자기업실사 등 심사역 업무 외에도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 협회 초빙교육, 기업선발 프로그램 심사, 스타트업 컨설팅 등 다양한 외부활동을 진행하며 이러한 필요성을 더욱 느꼈다고 한다. 그는 "협회 강의자료를 만들면서 '업계실무자들이 당장 실무에 활용할 수 있을만한 강의자료가 부족하다'는걸 느꼈다. 보통 교육자로 대표나 이사급이 초청되는 편인데, 이미 다년간의 노하우가 몸으로 체화됐고 실무자로서의 기억이 오래 전인 경우가 많아 강의 콘텐츠도 '업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 일반론적인 내용이 많다. 실제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공공기관과 협업할 때도 일반론보다 구체적인 투자실사 방식을 배우고 싶다는 의뢰가 많았고, 이에 걸맞는 교육자료를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업계의 성장을 위해 초기투자자들의 역량강화도 필수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컨설팅을 하다 보면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당장의 과제에만 매몰되어 기업의 전략 방향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초기투자자는 단순히 자금을 수혈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창업자의 핵심조력자가 되어 사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을 위한 최단 경로를 제시하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며 "벤처투자자에게는 누적된 성과의 크기 만큼이나 그 성과를 달성하는데 소요된 시간의 총량 또한 중요하기에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은 필수다. AC심사역의 역량이 강화돼야 창업가들의 초기시행착오를 최소화함으로써 스타트업의 고속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투자자의 성장은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도 영향을 끼친다. 박 팀장은 "VC의 핵심고민 중 하나가 딜 소싱이다. VC가 투자하는 시점은 통상 창업 후 3~5년이 지난 시점이므로 VC심사역들은 스타트업의 과거 이력에 대해서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며 "좋은 초기투자자의 액셀러레이팅을 받은 스타트업은 일종의 품질 인증을 마친 투자처이기 때문에 VC의 의사결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그래비티벤처스가 초기 투자하여 성장시킨 기업은 후속으로 투자하기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는데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2026년은 그래비티가 시드투자했던 회사가 IPO하는 사례가 서서히 나올 시기다. 우리가 투자한 기업이 성장하는 것처럼 우리도 진화해야 한다. 2025년은 그래비티벤처스가 액셀러레이터에서 벤처캐피탈로 격상하는 원년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중력, gravity)처럼, 그래비티가 쌓아온 시간과 경험으로 한국 벤처투자 생태계와 국가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투자자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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