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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의 경제학: 2015년과의 비교 [뒷북경제]

“공급보다 수요가 중요하다” 논리로

2015년 8월14일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현재도 비상계엄에 내수 부진하지만

트럼프·中공급과잉 등 생산 리스크 산재

‘복합위기’ 국면서 임시공휴일 효과 지켜봐야





“당정은 설 연휴 기간 내수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2025년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으로 협의했습니다.”(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지난 한 주 사이 나온 경제정책 중 가장 뜨거운 주제는 ‘임시공휴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설 연휴 직전인 이달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해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임시공휴일 지정 효과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조업일수 감소로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죠.

임시공휴일로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맥락에서 ‘임시공휴일로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주장이 나왔는지는 이번 기회에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10년 전인 2015년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 당시를 참고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8월의 ‘임시공휴일’


”8월 14일 금요일부터 16일 일요일 연휴기간 동안 백화점·면세점·대형마트의 매출액, 주요 문화 시설 입장객, 고속도로 통행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2015년 8월 18일. 기획재정부는 당시 기자단을 대상으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이 밝혔습니다. 임시공휴일이 내수 부양에 기여했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면서 백화점과 면세점 매출이 전주 대비 6.8%, 16.5%씩 늘었다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대형마트의 경우 매출이 25.6%나 증가했다는 분석도 덧붙였죠.

당시 정부는 내수 부양을 목적으로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부 바깥에선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일단 임시공휴일을 갑작스럽게 지정하면서 미처 쉬지 못한 근로자가 많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국노총은 이때 조합원 사업장 중 40%가 임시공휴일에도 일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대기업 근로자나 공무원들 위주로 혜택을 본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소비 진작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죠.

조업일수 중단에 따른 생산 감소 효과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미 2년 전에 재계에서 대체휴일제 추진을 두고 ‘경제적 손실이 32조원에 달한다’다며 반대한 전례가 있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가 내놓은 설명은 “지금은 공급보다는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시민들이 임시공휴일인 2015년 8월 14일 무료 개방된 서울 경복궁을 구경하기 위해 궁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 서울경제DB


◇“공급보다 수요가 부족하다”


기재부는 당시 ‘경기 진작 효과’를 거론하며 현대경제연구원이 그달 5일 작성한 ‘8.14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를 상당 부분 인용했습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부족하다’는 주장 역시 당시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담겨 있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임시공휴일을 하루 지정할 경우 생산 유발액이 3조 8500억 원이고 1조 3100억 원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임시공휴일 하루 동안의 내수 부양을 통해 유효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향후 생산이나 고용 측면에서도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었습니다.



이는 ‘내수 부양’이 ‘공급 부문 활성화’보다 더 중요한 과제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공휴일의 경제적 영향은 수요 진작을 통한 내수 활성화의 긍정적 측면과 공급 측면에서의 생산 비용 상승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은 “현 한국 경제의 상황은 공급 부족이 아닌 수요 부족”이라고 진단하고 있었습니다. “재고 소진 및 유효 수요 진작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내수가 매우 침체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정부 역시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당시 정부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 조기 개막,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공공청사 무료 개방과 같은 대책을 함께 병행하면서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습니다.

◇2015년과 지금은 같을까


최상목(왼쪽 네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권성동(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굳이 2015년 사례를 끌고 온 이유는 임시공휴일을 둘러싼 당시와 현재의 논란이 닮은꼴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내수 부양과 관광 활성화’라는 목적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지금은 비상계엄 사태로 내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메르스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있던 2015년 8월경과 유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에선 경제정책 측면에서 ‘공급 부족’보다 ‘수요 부족’을 더욱 염두에 뒀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2015년과 마찬가지로 임시공휴일 추진과 함께 각종 내수 부양책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정부는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설 성수기인 이달 10일부터 2월 10일까지 기존 10%에서 15%로 높이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며 비수도권 숙박시설을 최대 3만 원 할인받을 수 있는 숙박쿠폰을 100만 장 배포하는 취지의 설 명절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땐 달라진 부분들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일단 국내여행 선호가 약해진 모습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행조사’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국내여행 횟수는 2019년 같은 분기보다 17%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해외여행 횟수가 0.8% 늘어난 것과 대비됩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이에서도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을 두고 부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특히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설 연휴가 ‘징검다리 휴일’이 되면서 오히려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많습니다. 오피스 상권의 경우엔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죠.

무엇보다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큰 상황에서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임시공휴일 지정은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15년처럼 ‘수요 부족이 더 문제’라는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2015년 당시에도 철강·석유화학 부진, 글로벌 저성장,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산업 여건이 나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해엔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중국발 과잉 공급 문제로 한국 산업이 그야말로 복합위기 상태에 놓였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비상계엄 사태와 강달러 영향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 임시공휴일이 내수 진작이나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지는 사후에나 확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임시공휴일을 계기로 공휴일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복합위기 국면에서 ‘공급’과 ‘수요’ 각각의 측면에서 임시공휴일이 어떤 효과를 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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