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계 건설사에게 주어지는 세금감면 혜택이 모(母)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경제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모회사가 자회사를 지원하려다 자칫 도미노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이미 여야간 합의가 도출됐는데도 최근 정치적 진공상태 속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향후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조세개편 과제 7선'을 13일 발표했다. 당장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를 돕기 위한 구조조정 지원법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워크아웃 건설사의 모기업이 자산을 팔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를 경감해주거나 분납할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자회사 태영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알짜 자산을 내다 판 티와이홀딩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이 한 번 터지면 건설사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모기업의 자산 매각에까지 최대 24%의 무거운 세 부담을 물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내수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조특법을 개정해 전통시장 신용카드 공제율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법은 전통시장에서 카드를 긁을 때 적용되는 소득공제율을 높여주는 제도다. 소득공제율이 높아지면 세금을 물리는 기준인 과세표준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소득세액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반도체투자세액공제의 세액공제 상향과 일몰기한 연장도 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법 개선 방안이다. 특히 반도체 세액공제는 현재 여야의 이견이 없는 상태이지만 계속해서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어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높은 투자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 국가전략기술의 범위 에 인공지능(AI)과 선박을 넣어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적용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올해말까지 연장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법안 통과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항공기부품에 대한 100% 관세면제(관세법 개정)와 해외 공유숙박 플랫폼 운영자의 탈세 예방(부가가치세법 개정)을 위한 관련 세법도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는 대표적 과제들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지금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내수부진과 소비심리 악화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고 기업들도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국회는 최소한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만이라도 설 연휴 이전에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