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 흘려 만든 안무가 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현실에 때때로 분노를 느끼곤 했습니다. 안무가들이 안정적인 경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산업 기반을 닦아야 할 필요성도 컸습니다. 안무 저작권을 도입하는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하게 된 이유입니다.”
최영준 무븐트 공동창업자 겸 총괄 프로듀서는 1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설립 배경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최 프로듀서는 세븐틴·트와이스 등 K팝 아티스트의 안무를 짠 국내 대표 안무가로 무용학·국제학 전공자인 정의준 대표와 함께 2023년 무븐트를 세웠다.
무븐트는 안무 관련 산업을 개척하기 위해 춤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있다. 3D 모션 캡처 및 딥러닝 기술로 구현된 3D 안무 애니메이션을 게임 회사 또는 버츄얼 프로덕션 등 콘텐츠 업체에 유통하고 저작권자에게 수익을 정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사업 구조다. 정 대표는 “댄스 지식재산권(IP)이란 포켓몬 빵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식품 업체가 포켓몬 상표권을 통해 빵 등 관련 상품을 만드는 것처럼 안무 또한 공식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상품화될 수 있도록 댄스 IP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댄스 IP가 인정되는 사례도 나왔다. 무븐트는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와 댄스 IP 상품 개발 및 판매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제페토에서 인기 K팝 스타 안무의 아바타 율동 아이템이 판매된다. 정 대표는 “과거에는 안무가 음악의 반찬 정도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댄스 챌린지가 유행하고 댄서 팬덤도 생겨나는 등 춤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최 프로듀서는 댄스 IP 제도화를 위해 한국안무저작권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 협회는 안무저작권 보호 체계를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안무 창작 환경을 조성하고자 지난해 출범했다. 최 프로듀서는 “저작권의 취지는 표절 여부를 가려 패널티를 주기 보다는 창작자들에게 더 좋은 창작 활동을 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최 프로듀서와 정 대표는 한국에서 댄스 IP의 세계적 표준을 세우는 것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3D와 인공지능(AI)으로 귀결되는 엔터테인먼트의 미래에 대해 좋은 방향을 제안하면서 해외로 확장하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댄스 IP라는 새로운 문화자산을 전 세계에서 최초로 형성해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무븐트는 행복얼라이언스와 함께 지난달부터 ‘하트 기부댄스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번 캠페인의 댄스 챌린지 음악과 안무는 무븐트의 재능기부로 제작됐다. 음악은 시민들이 아동에게 남긴 응원 메시지를 바탕으로 구성됐으며 안무는 최 프로듀서가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캠페인 참여 방법은 하트 댄스 챌린지 참여 또는 하트 포즈 사진 업로드 형태 등 총 2가지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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