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가장 유망한 신규 시장으로 꼽았다. 회사마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하다 보니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업권에 특화된 진출 전략을 마련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경제신문·PwC 스트래티지앤 공동 설문조사에서 현재 동남아에서 해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CEO 응답이 79.6%로 △북미(65.9%) △중국·홍콩·일본(54.6%) △유럽(34.1%) △인도(31.8%) 등 다른 지역보다 많이 나왔다. 앞으로 기회가 가장 많이 열려 있는 시장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동남아 (90.9%) △동유럽(59.1%) △북미(40.9%) △인도(38.6%) 등 현재 진출 지역과 유사한 답을 내놓았다.
특히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인도네시아(59.1%)와 태국(56.8%) 시장 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만큼 기존 국내 개인·기업 고객 대상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위기감이 크다”며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먹거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낮은 평균연령, 양호한 투자 수익률 등이 동남아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앞다퉈 동남아 지역 사업 확장에 집중하면서 자칫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남아가 국내는 물론 다른 해외 금융사, 현지 회사가 모두 경쟁을 벌이는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이다.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지 정부와 당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해외 금융사에 사업 허가를 잘 내주지 않으려 하는 것도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도 금융사들은 동남아 지역이 국가마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다르고(45.5%), 미래 성장성이 높지만 수익 창출은 어려운(22.7%) 시장으로 보고 있었다. 업권마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다르다(20.5%)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진출국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남아와 같은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 등을 포함한 지역별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많은 금융사들이 대거 중국으로 진출했지만 미중 간 전략 경쟁에 따른 여파로 중국 내 사업 리스크가 커지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된 바 있다”며 “향후 금융사가 신규 혹은 추가 진출 지역 선정 시 지역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