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갈수록 높아지는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다른 e커머스 업체들과 실적 격차를 벌리고 있다.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도 경쟁사로부터 고객을 끌어들이며 사실상 독식 체제를 굳히는 모습이다.
14일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 고객들이 지난해 12월 카드 결제한 금액이 3조 2345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하는 상위 10개 e커머스 업체들 중 압도적인 1위다. 쿠팡 다음인 2위 G마켓의 카드 결제액이 3875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격차는 매우 크다. G마켓·CJ온스타일·11번가·GS샵·쓱닷컴·현대홈쇼핑·옥션·알리익스프레스·롯데홈쇼핑 등 2~10위 업체의 카드 결제액을 모두 합쳐도 1조 9684억 원으로 쿠팡에 훨씬 못 미친다. 다만 모바일인덱스 조사에서 오픈마켓 선두업체인 네이버는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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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분기별로 살펴보면 쿠팡의 독식이 공고해지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카드 결제액은 1분기 8조 3392억 원에서 매 분기 증가하며 4분기에는 9조 4857억 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9개 온라인 쇼핑사들의 경우 1분기 6조 536억 원에서 2분기 5조 6359억 원, 3분기 5조 4019억 원으로 하락했다가 4분기 들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효과 등으로 6조 2090억 원으로 반등했다. 특히 지난해 7월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시장에서 퇴출된 티몬·위메프의 빈 자리를 상위권 e커머스사들이 채울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사실상 쿠팡이 고스란히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이 압도적인 실적을 이어가는 것은 고객 충성도 덕분이다. 모바일인덱스 12월 조사에서 쿠팡은 e커머스 상위 10개 업체 중 유일하게 전월 대비 결제액 상승세(3%)를 보였다. 전월에 이은 재구매율 역시 다른 e커머스의 경우 11월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를 노리고 한 번 이용하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쿠팡은 12월 재구매율이 83%로 매우 높았다. 반면 다른 e커머스 업체들의 12월 재구매율은 알리익스프레스가 51%로 선방했고 나머지 업체들은 50%를 밑돌았다. 1인당 결제 단가 측면에서도 쿠팡은 지난해 12월 20만 원을 기록했다. 중장년 여성 고객들이 의류 등을 주로 구입해 구매 금액이 큰 홈쇼핑업체들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쿠팡의 e커머스 시장 독식 상황에서 그나마 몸집을 불린 것은 알리익스프레스가 유일하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월 카드 결제액 759억원을 기록했는데 연말인 12월에는 1133억 원으로 49%(374억 원) 증가했다. 가격대가 높은 한국 상품 전용관 ‘K베뉴’가 시장에서 자리 잡으면서 결제액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신세계가 알리바바와 협업을 발표하면서 올해 안으로 G마켓과 합작법인을 만들게 되는데 이 경우 국내 셀러들을 대폭 늘리면서 매출액은 더 증가할 수 있다. 쿠팡 입장에서는 알리 외에 올해 안에 별도의 쇼핑 앱을 론칭하겠다고 밝힌 네이버도 주요한 경쟁 대상이다. 네이버는 해당 앱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를 3월에 신규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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