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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조 민간임대' 투자 못하는 국민연금

◆정치권 '임대장사' 비판 의식…해외부동산만 집중

英 5300억 등 통큰투자 행보 속

커지는 韓시장은 글로벌IB 잠식





세계 3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미국의 하인스를 비롯해 모건스탠리,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최근 강남과 신촌 등 서울 핵심 입지의 건물을 매입해 민간임대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가 330억 달러(약 48조 원, 독일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임대주택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들은 ‘임대 장사’에 치중한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해 해외투자만 늘리면서 성장 여력이 큰 안방 시장을 글로벌 IB에 다 내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IB 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영국 주거 전문 기업 롱하버가 관리하는 영국 단독주택 임대시장 투자 펀드에 3억 파운드(약 5354억 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례 중 가장 큰 금액이다. 롱하버는 해당 펀드를 통해 영국 전역에 약 5000채의 신규 단독주택을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서울에 공급될 공동주택 가구수인 4만 8000여 가구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기업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이 도입됐지만 수익보다는 서민 주거 복지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탓에 기업들이 사업 자체를 꺼린다”며 “이 빈틈을 해외 IB들이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부동산·사모펀드·인프라 등) 규모는 2020년 90조 6000억 원에서 지난해 187조 6000억 원까지 커졌지만 부동산의 경우 해외투자가 전체의 89.1%(2023년 기준)에 이른다. 월세 비중이 60%(2024년 7월 기준)에 육박하자 고품질 서비스로 국내 시장에 명함을 내밀고 있는 해외 업체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임원은 “정책 당국부터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전세의 월세 전환을 유도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정작 주거 안정 지원 차원에서도 전략적으로 필요한 토종 자본의 국내 민간임대시장 진출은 곁다리로 전락하는 듯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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