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여파에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수입물가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수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입물가지수(원화기준)는 전월대비 2.4% 상승했다. 같은해 4월(3.8%) 이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물가지수는 8월(-3.5%)과 9월(-2.6%) 두 달 연속 떨어졌다가 10월 이후 12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7.0%나 급등했다.
환율 상승세가 억제되지 않는데다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물가를 점차 밀어올리는 형국이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11월 1393.38원에서 12월 1434.42원으로 3% 가까이 뛰었다. 강달러 영향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친 탓이다.
같은 기간 월평균 두바이유가가 배럴당 72.61원에서 73.23원으로 0.9% 상승했다. 환율 효과를 뺀 계약통화 기준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0.2% 떨어졌다.
수입물가 중 원재료가 전월대비 3%나 올랐다. 중간재는 1차금속제품을 중심으로 2.2% 뛰었다. 자본재 및 소비재는 각각 2.1% 상승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커피(9.7%), 원유(3.8%), 철광석(3.9%), 메탄올(3.3%), 인쇄회로기판(9.0%), 2차전지(3.4%)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커피 수입물가 상승에 대해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원산지인 브라질이나 베트남 가뭄 등 기상 악화로 인해 누적된 작황 문제가 수개월 누적돼 있다”며 “공급량 부족에 대한 우려까지 이어지면서 상당 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1월 수입물가도 하향 안정되긴 어려울 예정이다. 올들어 달러와 국제유가 모두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12월 환율 상승 폭이 다소 컸기 때문에 원화 기준으로 상승한 결과가 나타났다”며 “1월에 들어서도 환율이 오른 상태이고, 국제유가도 다소 뛰어서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환율 상승이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수입물가는 수입 소비재 가격 외에도 국내에서 사용되는 수입재 조달 비용을 높여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물가지수도 마찬가지 이유로 뛰고 있다. 12월 수출물가는 전월대비 2.4% 상승했다. 농림수산품이 전월 대비 2.7% 뛰었고, 공상품은 2.4% 올랐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냉동수산물(3.3%), 휘발유(5.6%), 제트유(3.5%), 자일렌(3.7%)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수입과 수출물가지수는 연간으로 보면 전년 대비 2.6%, 6.2%씩 올랐다. 2023년 연간 수입·수출물가지수가 8.2%, 7.9%씩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동시에 상승전환됐다.
지난해 12월 무역지수(달러 기준)의 경우 수출물량지수(126.80)와 수출금액지수(141.37)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5%, 7.8% 상승했다.
수입물량지수(116.05)와 수입금액지수(138.64)도 각각 5.5%, 1.9% 올랐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93.32)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라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수입가격이 3.5% 내렸으나, 수출가격이 1.2% 오른 결과다.
소득교역조건지수(118.33)는 수출물량지수와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모두 상승하면서 1년 전보다 11.6%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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