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아연(010130) 주식 거래량이 급감하고 주가도 지속 하락하면서 MBK파트너스·영풍(000670)과 최윤범 회장 간 지분 장내 매수 경쟁도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고려아연 주식의 일평균 거래량은 4만3817주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일평균 거래량 10만1029주 대비 반토막 이하가 된 것이다. 11월 7만5526주와 비교해서도 급감했다.
주가도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내리막길을 탄 끝에 이날 83만 7000원까지 밀렸다. 지난달 5일 200만 원을 찍은 뒤 한달여 만에 무려 58% 폭락했다. 고려아연의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89만 원) 보다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고려아연 주식 중 매물로 나올 물량이 더이상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MBK·영풍은 약 41%, 최 회장 측은 약 18%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8%), 현대차(5%), LG화학(2%)과 조선내화·트라피구라 등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돼 온 기업들의 지분 총합은 16~17%수준이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지난해 소각 목적으로 대거 취득한 자사주(12.27%)를 합하면 사실상 매도가 불가능한 지분율 총합이 88%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약 12%는 국민연금과 국내외 인덱스 펀드 등이 상당수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코스피200 리밸런싱 당시 이 지수에서 고려아연 비중이 급감하며 매물이 출회했고 그게 장내매수 경쟁으로 이어졌다"면서 "고려아연이 현재 추진 중인 주식 액면 분할이 끝나더라도 매물로 나올 물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MBK·영풍과 최 회장 측의 추가 지분 매입 동력이 많지 않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양측 지분율 격차가 이미 크게 벌어져 있어 장내매수 만으로는 역전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또 최 회장 입장에선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상대 측의 이사회 과반 확보를 저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문제로 평가 받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오는 23일 열리게 될 임시주총에 집중투표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 것도 MBK의 이사회 과반 확보를 최대한 늦추면서 이후 다른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집중투표제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되면 최 회장 측은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들을 추가 선임해 상대측 이사회 과반 확보를 일단 막을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상황 속 양측은 이번 임시주총과 올 3월 정기주총 표대결을 위해 의결권 권유 대리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MBK가 지난달 법원에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집중투표제 관련 심문기일도 17일 열리게 되면서 법률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의 최종 전략은 상대의 이사회 과반 확보 저지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면서 "거래량이 줄고 주가도 낮아지고 있다는 건 장내매입 경쟁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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