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일본이 중국, 한국 등 수입산 제품에 대한 규제 검토에 나선 탓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최대 철강 수입국인 만큼 국내 철강업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이 타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일본제철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철강재 수입 증가는 일본 내의 공급망은 물론 철강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투자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시간을 들이지 않고 최대한 빨리 실효성 있는 대책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철강연맹은 ‘경제산업성’ 등 정부 기관과 함께 반덤핑 조치(AD)와 같은 강도 높은 철강 관세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철강업계가 12월 일본산 열연 제품에 대해 AD 제소에 나선 것이 일본 철강사들을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역시 국내 유통 가격 대비 저가로 일본에 제품을 수출 중인 만큼 중국산과 함께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열연 유통가는 톤 당 현재 8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데 반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제품은 70만 원 초반 대로 10% 가까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소비되지 못하는 제품이 일본으로 수출하는 물량 역시 증가세다. 일본에 수출한 제품은 2023년 대비 2024년 △열연(85만 7000톤→87만 톤) △후판(21만 6000톤→23만 1000톤) △냉연(63만 7만톤→66만 6000톤)으로 일제히 늘었다. 지난해에만 2015년 통계 집계 이후 수출 최고치를 달성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나라 3대 철강 제품 수출 대상국 중 하나로 한국과 일본은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CP)에 따라 거의 모든 철강 제품이 무관세다”며 “한국이 일본산 제품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 일본도 가만히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는 만큼 전략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일본이 국내 철강에 대한 보복성 무역보호조치에 나서면 국내 철강사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 규모는 1조 7000억 원인 반면 국내 철강사가 일본에 수출하는 물량은 약 5조 4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포스코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는 일본에 고급 철강 제품들을 수출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자동차강판과 고장력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일본 대표 자동차사인 도요타·닛산·혼다와 주요 부품 업체들로 공급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포스코가 일본으로 수출한 고부가 철강 제품 금액은 총 6711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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