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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부진에도…뭉칫돈 몰린 '빅테크ETF'

서학개미 'M7' 우상향 믿음 굳건

올들어서만 4600억 자금 순유입

퇴직연금도 빅테크ETF 비중 확대

국내기업 투자 ETF선 670억 빠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자사 칩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학 개미들이 최근 미국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대형 기술주 그룹인 ‘매그니피센트 7(M7)’ 종목을 중심으로 한 미국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빅테크 주가 고공행진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며 퇴직연금 계좌에도 미국 빅테크 ETF 비중을 늘리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10거래일 동안 ‘빅테크' 테마로 분류된 20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는 3706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모빌리티' 테마로 분류돼 있는 미국 대표 빅테크 테슬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911억 원)까지 포함할 경우 순자금 유입 규모가 4617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빅테크 ETF의 수익률은 좋지 않다. 20개 빅테크 ETF 중 기초 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 2개를 제외하고 18개 모두 올 들어 손실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 지수가 2% 가까이 빠진 영향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미국 증시 우상향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 지난해 숱한 미국 경제 침체 우려와 고점 논란 속에서도 미국 빅테크가 우수한 수익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M7 중 지난해 연간 수익률 1위에 해당하는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한 해 무려 172% 상승했다. M7 중 연간 수익률이 가장 낮은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도 지난 한 해 35% 오르며 세계 주요국 기업 대비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장기 투자를 염두하고 퇴직연금 계좌에 빅테크 ETF를 담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말 개인형퇴직연금(IRP) 잔고 5000만 원 이상 고객 중 수익률 상위 5% 고객들의 ETF 잔고를 분석한 결과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ETF의 비중이 17.84%로 가장 높았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메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개선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금 계좌 투자에 따른 세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시장 평균 수익률 플러스 알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최근 국내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ETF에서는 자금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올 들어 이날까지 거래소가 '2차전지' 테마로 분류한 ETF 20개에서 자금 188억 원 순유출이 일어났다. 인버스 상품인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를 제외하면 300억 원 넘게 자금이 이탈한 셈이다. ‘K-반도체’ 테마 역시 최근 좋은 주가 흐름에도 불구하고 19개 ETF에서 479억 원이 순유출됐다.

증권사들이 국내 상장사 영업익 전망이 계속해서 내리고 국가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는 등 국내 증시가 장기 상승 추세까지 이어지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사 기초체력(펀더멘탈)이 기대만큼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이번 반등을 기회 삼아 투자금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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