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 규모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이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선도하는 이들 연기금의 결정이 오는 23일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16일MBK파트너스에 따르면 CalPERS와 CalSTRS는 각각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결과를 공개했다. 두 연기금은 이번 임시주총의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두 연기금이 현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 전원에 대해 반대하고,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4명에 대해서만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의 권고안과 동일한 결정이다.
ISS는 지난 9일 발표한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되지만, 이번 경우에는 MBK·영풍 측의 개혁 의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며 반대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서는 최윤범 회장 측 이사진 추가 선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표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기준원도 14일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ESG기준원은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MBK·영풍 측 이사 후보 7명에 대한 찬성을 권고했다.
CalPERS는 4630억 달러(약 620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최대 공적연기금이며, CalSTRS는 3070억 달러(약 410조 원)로 미국 2위 규모다. 두 기관은 ESG 원칙을 투자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으며, 특히 CalPERS는 1984년부터 기업지배구조 개선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책임투자 분야를 선도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ESG 투자의 롤모델로 여겨지는 북미 양대 연기금의 이번 결정은 국내외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도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이라며 "특히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현 경영진보다 MBK·영풍 측의 개혁안을 지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외에도 사내·사외이사 선임 건과 감사위원 선임 건 등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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