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인수합병(M&A)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19일 한국바이오협회 경제연구센터가 발표한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 Firepower'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거래 건수는 131건, 총 거래가치는 1300억달러(약 188조5900억원)로 집계됐다. 건수 자체는 전년(130건)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거래가치는 같은 기간 41% 가량 감소했다. 국채 등 안전한 투자처(무위험 자산)에 대한 대형거래가 주를 이뤘던 2023년과 달리 작년에는 소형거래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기보다는 임상 3상 이전 단계에 있는 초기 단계 자산을 인수해 혁신을 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규제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영향으로 대형거래가 줄어든 영향”이라며 “대형 제약사들에게 있어 지난해는 ‘리셋’의 해”라고 말했다.
올해는 ‘딜 메이킹의 해’가 될 것이란 게 EY의 분석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협력, AI 분야 등을 포함해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의 중국 투자는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아스트라제네카(AZ)는 중국 기업 그라셀바이오텍을 12억달러(약 1조7400억원)에 사들여 세포·유전자치료제(CGT)기술을 확보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AZ와 그라셀바이오텍의 M&A는 글로벌 빅파마가 중국 스타트업을 완전히 인수한 최초의 사례”라며 “(미국, 유럽 등) 전통적인 지역을 벗어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기업과 차세대 방사성의약품,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거래가 이뤄지는 추세”라며 “다만 미국 정부에서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은 (중국의) 도전과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헬스케어 AI와 관련한 M&A 거래는 지난해 크게 증가했다. 지난 5년간 AI 관련 거래 건수는 2020년 41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50억 달러(약 7조원)에서 지난해 136억 달러(약 20조원)까지 늘어났다.
헬스케어 AI 관련 현재까지 가장 큰 딜은 지난해 8월 리커전 파마슈티컬스가 엑스사이언티아를 인수한 건이다. 리커전은 엑스사이언티아를 7억1200만달러에 인수했다. 크리스토퍼 깁슨 리커전파마슈티컬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가해 AI로 불치병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AI 파트너십 및 인수가 급증한 것은 AI가 생명과학 기업에 제공하는 기회를 시사하는 것”이라며 “AI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개발뿐 아니라 기업 운영, 상업화 전략까지 가치사슬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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