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경계감으로 차분한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실행할 불법 이민 차단, 관세정책은 물가와 국채금리 상승을 일으켜 증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반면 동맹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강화하는 정책은 조선·바이오·원자력·항공우주 등 일부 업종에 수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0.14% 하락한 2520.05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자동차·방산·조선 등 업종 대부분이 약보합을 기록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373220)(5.71%), 삼성SDI(006400)(4.06%) 등 2차전지주는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이내 100개 ‘메가 법안’을 시행할 계획인데 시장은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불법 이민 차단, 보편적·대중국 관세정책, 석유·천연가스 개발 확대, 친가상자산 정책 등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들이 저임금 노동시장을 떠받쳐왔던 만큼 이들을 대거 추방할 경우 임금 상승 압력이 커져 기준금리 인하의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취임 직후 발표될 관세정책도 중요하지만 추후 이를 발판으로 중국과 어떻게 협상하는지도 중요하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톱다운’ 방식의 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액화천연가스(LNG)뿐만 아니라 원자력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을 배제한 동맹국 간의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LNG 생산 확대는 안정적인 원유 공급 및 원가 하락으로 이어져 석유화학, 정유주에 수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점도 관련 밸류체인에 속한 국내 기업들에는 희소식”이라고 짚었다. 실제 S-oil과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최근 한 달 새 약 13%, 25% 급등했다.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해 국방 투자를 늘리고 민간 우주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도 국내 항공우주·조선 기업들에는 호재다. 이 연구원은 “의약품 가격을 낮추고 중국의 제약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제너릭 약품 활성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간소화 정책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많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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