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329180)이 새해 마수걸이 수주로 4조 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12척 건조 계약을 체결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한 삼성중공업(010140)에 이어 HD현대중공업까지 고부가가치 선박 계약을 대규모로 따내며 1월부터 ‘수주 잭팟’을 터트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점유율 격차를 따라잡고 국내 조선사들의 이익이 개선되는 의미 있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올해 조선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21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프랑스 국적의 글로벌 3위 선사 CMA CGM과 1만 5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 12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최근 체결했다. 양사는 조만간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컨테이너선 1척당 추정 가격은 2억 2400만 달러(약 3227억 원)다. 지난해 7월 CMA CGM과 맺은 1차 시리즈 수주 당시 가격인 2억 2200만 달러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전체 계약 규모는 3조 9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LNG 이중연료추진선은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와 LNG를 함께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으로 다른 선박보다 가격이 높다.
국내 조선사들은 새해 벽두부터 신규 수주를 따내고 건조를 마친 선박을 수출하면서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높이고 있다. 전날 삼성중공업은 3800억 원 상당의 LNG 운반선 1척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삼호는 6일 LNG 운반선을 선주사에 인도하면서 첫 수출 포문을 열었고 다음 날인 7일에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010620)가 건조를 마친 컨테이너선을 수출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이 연초부터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올해 ‘스텝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HD한국조선해양(009540)‧삼성중공업‧한화오션(042660) 등 국내 조선 3사는 올해만 500억 달러(약 72조 원)가 넘는 수주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수주가 크게 늘어난 지난해보다 30%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망이 제기되는 것은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에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글로벌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가 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을 위한 ‘넷제로’를 추진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며 화석연료 기반 사업 역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는 LNG 운반선, 메탄올 추진선 등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상품의 글로벌 발주가 늘어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사들의 올해 이익 규모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조 475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1조 원 넘는 이익을 추가로 벌어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영업이익도 지난해 4754억 원에서 7784억 원, 한화오션은 1705억 원에서 5754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이 선별수주 전략을 고수하며 중국과 점유율 격차가 벌어졌지만, 올해는 오히려 한국 업체가 선주들에게 더 매력적인 인도 일정을 제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한국의 점유율은 정상화될 것”이라며 “악성 수주들이 잔고에서 대부분 소진됐고 인력 부족 문제도 해소돼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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