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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FTA·환율' 조사 지시…對中 최혜국대우 재검토도

[美 우선주의 통상정책]

中·멕시코·加 1차 타깃이지만

美 8대 무역적자국 韓도 사정권

통상 컨트롤타워 사실상 부재에

정부내 업무협조 등 제대로 안돼

중장기적 산업정책 마련도 필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0일(현지 시간) 취임을 축하하는 사령관 무도회에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미국이 세계 각국과 맺은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똥이 튀게 됐다. 1차적으로는 중국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한미 FTA도 자연스럽게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이 20일(현지 시간) 공개한 ‘아메리카퍼스트무역정책(AMERICA FIRST TRADE POLICY)’이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FTA 파트너 국가들과도 적절한 개정 방안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USMCA가 노동자·농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특정 수입품에 대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보라는 내용도 담겼다. USMCA의 경우 내년 이행 과정을 검토하게 돼 있는데 그 전에 USMCA의 효용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USMCA가 1차 타깃이고 한국은 당장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3개월 내 한국에도 압박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만성적인 상품 무역적자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교정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대책의 사례로 관세를 명시해 대규모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국가에 보편관세를 물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압박도 이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항구적이고 정상적인 무역관계(PNTR)’ 지위를 박탈하는 법안을 평가하고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타결한 무역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명령했다. PNTR은 비시장경제국에 최혜국대우를 해주는 조치로 PNTR 자격을 없애는 것은 중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한국의 수출 및 무역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행정명령에는 환율에 대한 언급이 들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 장관에게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시장 개입 관행을 조사하고 인위적인 통화가치 절하가 없는지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돼야 하는 나라를 추려내라고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경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국은 미국의 환율관찰 대상국에 올라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환율주권’을 사실상 포기하고 시장 개입 현황을 자세히 공개하기도 했다. 보편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관세와 환율 양쪽에서 미국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시간이 문제일뿐 결국 한국 경제를 옥죌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은 미국 입장에서 8대 무역적자국이고 자동차와 일반기계·반도체 등 주요 품목에서 적자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정 공백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로는 미국과 협상이 어렵고 전방위 압력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탄핵 국면으로 인한 권력 공백이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며 “FTA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이나 관세 등 미국의 압박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 내부적으로도 제대로 된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세청은 이날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한미 FTA 재협상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이를 정정했다. 미국이 FTA 재협상을 공식화하지 않았는데 먼저 미국 수출우회품목 분석과 FTA 실무 어젠다 협상 과제를 발굴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통상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부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KITA)의 세계무역포럼에 참석한 마이클 비먼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제로섬 기반의 새로운 무역정책을 촉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지난 75년간 구축해온 질서에서 이탈하는 것”이라며 “이런 변화가 한미 관계에 미칠 파급 효과에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2기가 출범한 만큼 산업 정책 수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산업을 빼고 보면 한국은 2018년 이후 꾸준히 무역적자”라며 “미중 무역 갈등 속 첨단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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