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완전히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인프라법에 따라 책정한 자금 지출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를 폐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에너지의 해방’이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에서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와 천연자원의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정책 가운데 하나로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명시하고 소비자의 진정한 차량 선택을 제한하는 규제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정부의 시장 왜곡 제거’를 명시했다. 정부가 전기차 기술을 우대해 결과적으로 다른 종류의 자동차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개인과 민간 기업, 정부 단체의 전기차 구매를 사실상 의무화한 것도 불공정한 보조금 지원으로 보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IRA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 제공한 세액공제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IRA는 배터리와 핵심 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만들어진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식으로 지급한다. 미국 하원 공화당도 트럼프의 국경 강화 및 감세 재원 마련을 위해 5000억 달러(720조 원)에 달하는 IRA의 세제 혜택을 폐지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모든 정부 부처에 IRA와 인프라법에 따라 책정한 자금의 지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중단 대상에는 전기차 충전소용 자금도 포함된다.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제한하는 주(州) 정부의 배출 규제도 적절한 경우 폐지하게 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이든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도 폐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의무화 철회 언급에 따라 IRA의 폐지 여부에 관련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IRA 폐기를 위해서는 상·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IRA를 바로 폐기하기보다는 행정명령 등을 통해 IRA에 따른 혜택을 우선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시간과 오하이오 등 해외 기업들이 IRA 혜택을 노리고 공장을 지은 지역의 공화당 의원들이 IRA 폐기에 반대할 수도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이지만 현지 고용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거나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폐기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자동차 산업에서 자국 주도권을 선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IRA를 완전히 폐기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IRA 규정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중국 등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보조금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는 한중 합작법인(JV)을 운영하는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내 에너지 자원 개발에 부담을 주는 모든 규제를 식별하고 이 같은 규제를 없앨 계획을 30일 내로 세우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보류한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시설 건설 신청서 검토도 재개하라고 했다. 이어 미국을 희토류를 비롯한 비연료 광물의 선두 생산·가공 국가로 만들어 미국과 동맹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적대국의 영향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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