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경제에서 가장 불안한 요인이 환율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달러화 강세가 심해진다면 일본 중앙은행(BOJ)의 금리 인상 속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일본 엔화가 달러 강세를 제어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를 늘릴 수 있습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 위치한 연구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커질수록 환율 상승과 함께 수출기업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 원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를 거쳐 이화여대 경제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자본연은 1997년 한국거래소·한국금융투자협회 등이 투자해 만든 연구기관이다.
김 원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차별화된 성장세와 무역 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대중(對中) 관세로 인한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변수는 BOJ의 금리 인상 속도다. 시장에서는 오는 24일 BOJ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원장은 “BOJ가 어느 정도 금리를 올리게 되면 달러화 강세가 약해지는 만큼 엔화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발 시장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관세 부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적자 우려 등으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채권금리 상승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감소와 함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기업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공약을 실천하는지를 지켜보면서 경제 변화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낙관적 톤의 전망을 내놨다. 작년의 부진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밸류에이션(내재가치 대비 주가 수준), 기초체력(펀더멘탈), 수급 등을 모두 따져봤을 때 국내 증시의 상승 여력이 괜찮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코스피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4배, 주가수익비율(PER)은 12.6배 등으로 역사적 저점에 해당되는 매력적인 구간”이라며 “올 하반기 반도체 경기와 내수가 회복되고, 중국 경기도 반등하면서 수출과 내수 기업 모두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특히 3월 공매도 재개 이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대감이 커지면 외국인 순매수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적극 추진했던 기업가치제고(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실망하긴 이르다”고 평가했다. 실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약 100개 기업의 지난해 평균 주가 상승률은 4.1%로, 코스피(-9.6%)와 코스닥(-21.7%) 성과를 압도했다. 김 원장은 “밸류업은 하루아침에 시장 수익률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만큼 정치적 혼란기에도 꾸준히 이어가야 할 정책”이라며 “정부도 법인세 감면뿐만 아니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좀비기업 퇴출을 위해 시가총액이나 매출액 기준 등을 개정해 상장폐지 요건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중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답을 자본시장에서 찾을 수 있도록 연구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퇴직연금 등을 활용하면 노인 빈곤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자산 증식을 통해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김 원장은 “인구 감소세와 가계 자산의 높은 부동산 비중 등을 고려하면 자산 중심이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점차 옮겨갈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채권투자를 할 수 있도록 연구원이 주제를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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