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 허가 기간을 지금의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규제 당국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빠졌다. 계속운전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만 담겼을 뿐 지난해 대통령실에서 언급한 허가 기간 확대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야당의 요구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1기 줄어든 데 이어 어렵게 되살린 원전 르네상스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지 1월 9일자 1·3면 참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1일 공개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서 “고리 2~3호기 등 계속운전이 신청된 총 10기의 원전에 대해 서류 적합성 검토 및 심사 계획 수립 후 본격적으로 안전성을 확인 중”이라며 “그동안 제시된 계속운전과 관련한 각계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 항목 및 절차를 개선하겠다”고만 밝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해 11월 “원전 계속운전 허가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안전한 원전은 운전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원전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추가 허가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안위는 계속운전 허가 기간 ‘20년’이나 확대 같은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은 업무보고에 담지 않았다. 기존 가능 기간인 10년을 바탕으로 이를 허용해줄 원전에 대한 언급만 담았다. 이 때문에 원전 업계의 숙원 가운데 하나인 계속운전 허가 기간 연장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가별 안전성 평가 방식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계속운전 허가 기간 연장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13일 ‘원전 계속운전제도 적절한가’를 주제로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계속운전을 위해서는 주기적 안정성 평가, 운영 변경 허가 등 2가지 인허가 과정이 필요해 전 세계에서 제도가 가장 엄격하다”며 “이로 인해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서는 계속운전 신청 접수 이후 22~30개월 안에 심사가 끝나는 미국과 달리 국내는 심사에만 약 3년 6개월이 소요되는 데다 계속운전 허가 기간 역시 10년으로 20년인 미국·일본보다 짧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과거에 지은 발전소는 최근에 지은 발전소보다 못할 것이라는 큰 오해가 있지만 기술이 부족할 때 지은 원전은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더 두껍게 즉 안전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며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올해 상반기 현재 건설 중인 새울 3호기 운영 허가 심의와 국내 최초로 고리1호기 해체 계획서 심의를 추진한다. 체코 원전 수출 지원을 위한 국내에 건설된 적이 없는 수출 노형(APR1000) 안전성 심사에도 착수한다. 2026년으로 예상되는 한국형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의 표준설계인가 신청 전 적합한 규제 기준·기술 등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안위의 한 관계자는 “계속운전 허가 기간 연장까지 포함해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아예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한 원전 운영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안전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면서도 “제도 개선 방안의 발표 시점은 정해 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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