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이 비상계엄 사태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내 세 차례 인하해 연 2.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2025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국내 경제의 하방 위험이 큰 상황인 만큼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6%로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1.8%),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 평균(1.7%) 대비 낮은 수준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고율 관세, 미국 우선주의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국내 경제성장률을 0.25%포인트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장 실장은 “반도체·조선 산업은 양호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철강·석유화학 산업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업종별로 수출 업황이 엇갈릴 것”이라며 “대내외 정치·무역정책 불확실성으로 상반기까지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투자 이연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예상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 수준을 기록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0.2%포인트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물가가 목표 수준인 2.0%에 수렴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2.25%까지 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 실장은 “상반기 민간소비가 위축되겠지만 하반기 금리 인하 영향이 뚜렷해지면 소비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수출 경로를 통해 민간소비에 지속적인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증시 개선 등으로 증권업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겠지만 고환율 및 금리 변동성,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산업 정책 등 불확실성으로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봤다. 특히 IB 부문이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석훈 금융산업실장은 “개인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로 해외 위탁매매와 관련한 금융투자상품 영업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증권사들은 금리 변동성과 고환율 등 자기매매 부문의 위험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증권 산업 주요 이슈로는 인공지능(AI) 규율 도입, 기업가치제고(밸류업) 정책, 트럼프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금융시장 변화 등을 꼽았다. 강소현 자본시장실장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수익 기회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시장 편향이 강하고 국내 자본시장 위축과 원화 약세 초래가 우려되는 만큼 국내외 투자 균형을 유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