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일 서울서부지법 안팎에서 시설물 파손, 경찰관 폭행 등 불법행위를 벌여 구속영장 심사를 받은 63명 가운데 58명이 무더기 구속됐다. 법원 내부에 무단 침입해 시설물을 훼손하는 등 난동을 일으킨 46명 중에서는 44명이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가담자들을 추가 색출하는 한편 판사·국회의원 살해 협박글을 게시한 3명을 검거하는 등 온라인 테러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의 홍다선·강영기 판사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부지법 사태 피의자 58명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진행한 결과 총 56명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사건에는 영장전담판사(신한미·이순형 부장판사)가 아닌 다른 법관들이 투입됐다. 서부지법 측은 “피의자들의 혐의 내용에 영장전담판사실 침입이 포함될 여지가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9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단순 월담자 등 24명을 제외한 총 66명에 대해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 가운데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한 3명을 제외한 63명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은 이들 중 5명에 대해서는 이달 20일에 먼저 영장 실질 심사를 진행해 2명을 구속시킨 바 있다. 이날 56명이 추가 구속되면서 서부지법 사태에 가담해 구속 수사를 받게 된 인원은 58명으로 늘었다. 특히 법원 청사 안까지 무단 침입해 난동을 피운 46명 중에서는 2명을 제외한 전원이 구속됐다.
구속된 58명의 피의자들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 주거침입) 39명 △특수공무집행방해 12명 △공무집행방해 3명 △공용 물건 손상 1명 △공용 물건 손상 미수 1명 △특수폭행 1명 △건조물 침입 1명 등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구속 결정을 내리는 한편 나머지 5명(공무집행방해 3명, 공동 주거침입 2명)에 대해서는 “이미 증거가 충분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이 CCTV·유튜브 영상 분석 등을 총동원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구속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태 당시 법원 7층 판사실 출입문을 부수고 침입한 혐의로 20일 40대 남성을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전날에는 ‘서부지법에 불법 침입했다’며 자수한 피의자 2명을 추가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극우 유튜버들이 폭력 사용을 부추겼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태 가담자들로부터 유튜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임의제출 받아 구독한 채널과 사태 전후 동영상 시청 내역 등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범 체포한 90명 이외에도 여타 불법행위자 및 교사·방조 행위자 등을 끝까지 확인해 엄정하게 사법 처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공권력을 겨냥한 사이버 테러로도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 시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헌법재판소·법원·국회·경찰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악 범죄를 예고하는 각종 글·영상을 올린 게시자를 추적·검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총 55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서울청과 경남청이 각각 2명, 1명을 검거했다.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달 18일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판사에 대한 살인 예고글을 올린 피의자를 검거해 경찰에 송치했다. 또한 이달 1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피의자도 검거해 조사했다. 경찰은 “온라인상 흉악 범죄 예고글을 게시하는 행위는 사회 공동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피의자들을 신속히 검거해 엄정히 사법 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선 법원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재판을 이유로 법원을 집단적·폭력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사법부의 기능을 침해하고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며 서부지법 사태 가담자들을 전격 규탄했다. 이번 입장문은 임시회의에서 진행된 투표를 통해 발표됐다. 이날 임시회의에서 법관대표 124명 중 81명이 투표해 찬성 48명, 반대 33명으로 의안이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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