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의 상장 유지 비용이 12.8%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등을 담고 있으며 현재 야권을 중심으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매출 상위 600대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코스피 기업의 상장 비용 부담이 15.8%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코스닥(9.8% 증가) 기업보다 더 컸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상법 개정에 따라 상장 유지 부담이 더 커지는 셈이다. 상장 유지 비용은 자본시장법을 비롯해 각종 법률에 산재한 규제나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주주 명부 관리, 공시 관련 각종 비용, 기업설명(IR) 비용 등이 전부 여기에 해당한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으로 상장 유지 비용이 증가할 경우 대응 방안으로 내부 프로세스 개선(49.0%)을 가장 많이 꼽았다. 내부적으로 공시 절차 등을 단순화해 비용을 줄인다는 뜻이다.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거나(5.0%) 이사 수를 줄이겠다(2.0%)고 응답한 기업도 있었다.
또한 기업들은 상장 유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공시 의무 완화(29%)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상장 유지 수수료 지원(27.0%),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중지(24.0%), 회계 제도 개선(14.0%), 증권 집단소송 부담 저감(4.0%) 등의 순이었다.
상법 개정과 무관하게 상장 당시와 비교해 유지 비용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묻는 말에 응답 기업들은 평균 11.7% 늘었다고 답했다. 코스피 기업은 17.8%, 코스닥 기업은 6.0%씩 각각 늘었다.
한경협 관계자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에 대한 규제가 많아 이들 기업의 비용 부담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장 유지 비용이 증가한 원인으로는 가장 많은 37.1%가 “회계 등 감사 비용이 늘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공시 의무 확대(23.8%), 지배구조 규제 강화(17.2%), 주주 대응 비용(15.2%) 등의 순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섣부른 지배구조 규제 강화는 기업의 경영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상법 개정 논의를 중단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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