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이틀째를 맞은 22일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 마감한 가운데 추세적인 하향 국면에 접어들지는 미국 국채 금리 향방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희석시킬수록 미국 국채 낙폭도 커질 수 있고, 달러화 매력도도 떨어지는 흐름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인들의 증시 귀환을 통한 투심 회복이 원화값 반등의 열쇠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9원 내린 1437.6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4.5원 내린 1435.0원에 개장한 직후 1430원까지 내려왔지만 오후 들어서는 1430원 중후반대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했다. 트럼트 대통령의 중국 관세 부가 가능성 언급에 달러가 상승한 영향이지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관세 언급 부재에 대한 안도감은 이어지고 있는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키는 미국 시장 금리가 어떻게 음직이냐에 따라 달렸다”면서 “앞으로의 트럼프의 말이 재정적자 심화 혹은 완화로 기울어지는 가에 따라 국채 금리도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국채금리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된다. 시장이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이 예상보다 유화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도 낮아지는 만큼,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하락하면 그만큼 달러화의 매력도도 낮아지기 때문에 달러화를 매도하고 다른 통화를 매입하려는 수요를 자극하게 된다. 실제로 뉴욕채권시장은 전날 공식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서두르지 않는 모습에 영향을 받았다. 21일(현지 시간)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0.011%포인트 내 연 4.28%, 10년물 금리는 0.05%포인트 내린 연 4.58%를 가리켰다. 당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8% 떨어진 108.44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증시 순매수도 환율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코스닥이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730선을 회복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인공지능(AI) 투자 발표가 뒷받침이 됐다는 평가다. 허 교수는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수출금액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환율 방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증시에선 달러를 팔고, 원화를 매수해 한국 주식에 들어오는 거라 환율 하락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반등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미국의 견조한 펀더멘털로 장기적인 강달러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트럼프의 정책이 완전한 ‘관세 철폐’는 아닌 만큼 한국에는 여전한 부담 요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가 취임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중국에 차례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한국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 생산에 영향을 줘 배당소득 등이 감소할 수 있고, 해당 국가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내 소재기업들의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주원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나 재정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방향성 측면에서 1분기 중 달러 강세 압력 완화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