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저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기업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정치 불확실성까지 겹쳐 수출과 내수가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은 23일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신년 경제 전망 세미나에서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과 신흥국 대다수가 저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주요 기업 임직원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피벗(전환)의 시대, 확신으로 미래를 준비하라’를 주제로 진행됐다.
고 전 위원장은 “금리 인하와 기술 확산이 성장세를 견인하겠지만 주요국의 정책 변화나 글로벌 무역 갈등 심화 등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한국은 수출 증가율 둔화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내수도 계속 부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전 위원장은 특히 이 같은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 방편으로 △시장 변화 선제적 감지(Detect)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Decide) △자원 배정 최적화(Deploy) △즉각 실행 및 추진(Drive) 등 ‘4D’ 전략을 제시했다.
고 전 위원장은 “올해 기업 경영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전망, 중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인도의 부상,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금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상용화 가속, 유가 하락, 중국의 저가 공급 확대, 글로벌 무역 갈등 격화 등의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세미나 참석자들도 올해 기업들이 과감한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Y한영은 피벗의 시대에서 기업에 필요한 대응 전략으로 △분할·매각 전략 실행 △성과 개선 극대화 △AI 활용 수익 창출 △자율 운영 공급망 확대 △사이버 보안 고도화 등 5가지를 제안했다.
박용근 EY한영 대표는 “올해는 경제, 기술, 정치 등에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피벗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권영대 EY한영 산업연구원장은 “확신을 가진 기업들은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과감하게 전략을 수립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접근이 피벗 환경에서 차별화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창용 EY-파르테논 파트너는 “비주력 부문을 매각·분할해 사업 영역을 간소화하고 핵심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사적 협업, 과감한 큰 주제 발굴, 치밀한 실행 관리 등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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