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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男 혀 깨물어 징역형"…최말자씨, 60년 만에 '죄인' 주홍글씨 지울까

재심 청구 5년 만 파기환송심 첫 공판

1964년 성폭행하려던 남성 혀 깨물어

중상해죄로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당시 정당방위 인정 안 돼…법원서 기각

“소리 안 질렀고 범행 현장 직접 따라가”

2023년 5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에서 ‘56년 만의 미투’ 당사자인 최말자 씨가 회견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60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가해자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최말자(78) 씨의 재심 청구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22일 부산고법에서 열렸다. 재심을 청구한 지 5년 만이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최 씨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처럼 (최 씨가 수사기관에) 체포·구금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대법원이 재심 청구인 진술 그 자체가 재심 이유 존재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로 신빙성이 크다고 보고 파기환송 한 만큼 재심 개시 의견을 낸다"” 밝혔다.

이어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 재심 청구인인 최 씨는 “1964년 7월 초 아버지와 함께 검찰청을 찾았다가 그날로 1평짜리 쪽방에 가둬졌다. 죄수복을 입고 조그만 방에서 조사받았고, 교도소에서 총 6개월12일간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아버지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어 “가장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불법 체포, 감금 부분”이라며 변호인 측에 추가 제출할 자료가 있으면 내라고 요청했다.

최말자 씨가 2023년 5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탄원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씨는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당시 21세) 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되게 한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노 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최 씨보다 가벼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최 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면 주위 집에 들릴 수 있었고, 범행 현장까지 따라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형법 교과서에서도 다뤄졌다.

최 씨는 사건이 있은 지 56년 만인 2020년 5월께 2018년부터 사회적으로 대두된 ‘미투운동’을 계기로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했고,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시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판결”이라며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 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 씨 주장이 맞는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고, 당시 재심 대상 판결문·신문 기사·재소자 인명부·형사 사건부·집행원부 등 법원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파기환송 했다.

최말자 씨가 2023년 법원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 사진 제공=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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