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지난해 4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실적 부진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를 선언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올해 업황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4분기 매출 6조 4512억 원, 영업손실 2255억 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21년 3분기 이후 3년 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 금액(3773억 원)을 제외하면 적자 규모는 6028억 원으로 불어난다.
삼성SDI도 2017년 1분기 이후 약 7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2567억 원에 달한다. 미국의 세액 공제 금액 249억 원을 포함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3000억 원 가까운 적자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8.8% 줄어든 3조 7545억 원이다.
연간 실적도 크게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매출(25조 6196억 원)과 영업이익(5754억 원)은 전년보다 24.1%, 73.4%씩 급감했다. 삼성SDI(매출액 16조 5922억 원, 영업이익 3633억 원)도 같은 기간 22.6%, 76.5% 각각 줄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고객사인 전기차 제조사의 판매가 줄자 배터리 공급은 줄고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는 “북미 지역 판매는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유럽 시장 역성장, 메탈 가격 약세에 따른 판가 하락 등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영업이익도 가동률 저하와 신규 공장 초기 양산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를 공식화했다.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에 달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등이 폐지되거나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실화된다면 전기차 수요 회복은 늦어지고 AMPC 혜택도 받지 못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에게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업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제품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와 함께 ESS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가 2026년부터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수입 관세를 상향 조정할 예정으로 북미 현지 수요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전환은 지속될 것이란 판단 아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 중저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지속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성장 목표로 5~10%를 제시했다. 생산시설 투자는 신증설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생산 거점 활용도를 높여 전년 대비 20~30% 축소해 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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