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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컴퍼니'①] 삼성전자, 위기이자 기회… 초격차 되찾을 '골든타임'

반도체 관세부터 보조금 취소 우려

700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기회

정책적 불확실성 제거되면 가속 가능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삼성전자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는 SK하이닉스에 내줄 위기에 처했고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추격도 매섭습니다. 스마트폰도 반도체 경쟁력 저하에 영향을 받고 있고, TV 등 가전도 성장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삼성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삼성전자의 관계를 꼼꼼히 짚어보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어떤 정책이 문제야?


우선은 관세입니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한 멕시코 공장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것은 최종 소비시장(미국)과 가까우면서 비용이 저렴한 곳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니어쇼어링’ 전략 때문인데요. 25%라는 초강력 관세가 부과되면 이런 전략 자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일부 제품을 미국 공장으로 옮겨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생산원가가 오르는 근본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반도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반도체 기업의 높은 관세를 물리면 단 10센트도 보조금으로 주지 않아도 그들을 미국으로 오게 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급이 확정된 47억 달러(약 6조7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도 규모가 작아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론,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라클, 오픈AI, 소프트뱅크 등이 미국 인공지능(AI) 시설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SWOT 분석: ①삼성전자의 강점은 뭐야?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현재 삼성의 최대 강점은 생산능력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향후 삼성을 늪에서 꺼내줄 구세주가 될지도 모릅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지금은 엔비디아 물량 90%를 싹쓸이한 SK하이닉스가 1위 자리를 달리고 있지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폭주하는 첨단 메모리 주문을 SK하이닉스 혼자 소화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재용(왼쪽 2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멕시코 가전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미 메타·아마존·구글 등 반(反) 엔비디아 빅테크들이 마벨·브로드컴 등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등과 손을 잡고 자체 칩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자체 칩에는 당연히 막대한 최첨단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SK와 기술력이 어느정도 수준으로 좁혀지기만 하면 삼성의 생산능력이 빛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전의 경우 전세계로 확장된 생산라인이 트럼프 시대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CES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은 아시다시피 (전 세계에) 공장을 꽤 많이 갖고 있다"며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WOT 분석: ②삼성전자의 약점은 뭐야?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현재로서는 반도체 본원 경쟁력 저하가 최대 약점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삼성의 경쟁력 저하는 SK하이닉스의 기술 수준을 보면 체감적으로 알 수 있는데요. HBM은 테이블 한켠으로 치워두고 D램의 공정 수준만 봐도 SK하이닉스가 차세대 D램인 10나노 6세대 D램에서 이미 양산 수율 목표를 돌파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삼성은 제품 재설계에 착수하는 등 상당한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한 HBM. 연합뉴스




결국 D램을 수직으로 쌓아 HBM을 만드는 점을 감안하면 HBM 격차도 당분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대체적 분석입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막대한 관세를 물리거나 보조금을 취소하면 격차 추격에 필요한 투자 금액도 재조정 해야합니다. 한마디로 불확실성 변수가 또 하나 추가되는 셈입니다.

SWOT 분석: ③삼성전자의 기회는 뭐야?


삼성전자의 기회 요인은 어쨌든 다양한 제품과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구글과 함께 개발 중인 '프로젝트 무한(확장현실·XR 헤드셋)'입니다. 이 헤드셋은 지난해 2월 애플이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처럼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기인데요.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지 모른다'는 옛 속담처럼 트럼프 시대에도 다양한 제품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 최고의 기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XR기기 '무한'. 사진제공=삼성전자


특히 이 제품은 지난해 비전프로의 실패를 지켜본 뒤에 내놓은 제품인만큼 착용감, 콘텐츠 부족 등 여러가지 불편 사항이 상당부분 해소됐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강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현재로서는 기회요인입니다. 중국에 대한 다양한 공세가 중국의 기술 추격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분파인 트럼프가 어느날 갑자기 시진핑 중국 주석과 화해하겠다고 나선다면 그것이 도리어 삼성에게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WOT 분석: ④삼성전자의 위협은 뭐야?


최대 위협은 역시 정책적 불확실성입니다. 미국 관세와 보조금 정책에 따라 미국 테일러, 용인 등 대규모 팹 투자까지 동시에 흔들릴 수 있게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100조 원 가량을 투자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삼성은 올해 메모리 분야 집중을 선언하면서 파운드리에 들어가는 설비투자 예산을 지난해 절반 수준인 5조 원으로 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기술 난이도가 낮은 4~7나노 라인까지 가동률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위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만 파운드리가 대대적 투자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불어온 트럼프의 날갯짓이 삼성의 미래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전자 수원사옥. 연합뉴스


그래서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은 어때?


올해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전망치는 대체로 보수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2조434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신증권은 35조5710억 원으로 올해보다 3조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봤고 키움증권은 39조1550억 원을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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