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우려에도 국내 증시가 강보합으로 한주를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공약이었던 즉각적인 대중 관세는 회피한 반면, ‘금리 하락’, ‘달러 약세’, ‘주가 상승’이라는 친시장적 발언을 이어간 덕분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내주 열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매그니피센트7(M7·미국 7대 기술기업) 실적 발표가 추후 증시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일주일 전인 이달 17일 종가인 2523.55 대비 13.25포인트(0.53%) 오른 2536.80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724.69에서 728.74에서 4.05포인트(0.56%) 상승했다.
20~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 투자가들이 3897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5868억 원, 1165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는 기관과 개인이 320억 원, 1168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423억 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날이었던 20일(현지시간) 시장은 우려했던 고강도 관세 정책이 없었던 점에 안도하며 상승세로 반응했다. 달러 인덱스는 한때 108을 하회하는 등 3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의 기대를 금세 불확실성으로 바꾸며 예측을 불허하는 면모를 다시 보여줬다. 백악관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갖던 중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예고한 25% 관세에 대해 “우리가 2월 1일에 (부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관세 인상은 현실화되겠지만 현재 인접국·교역국에 관세 부과 계획 제시를 통해 압박하고, 상대국으로부터 먼저 역제안을 빠른 시간 내 받고자 유도하며 무역협상 여지를 남겨두는 전술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석유·천연가스 시추 확대, 그린 뉴딜 정책 종료를 발표하면서 HD현대미포(010620),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042660) 등 조선주는 강세를 보였고 2차전지 종목은 약세를 보이는 등 업종별로 ‘트럼프 트레이드’ 차별화가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운명적 사명”으로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우주인을 보낼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한화시스템, AP위성, 쎄트렉아이 등 우주항공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했고, 에너지 생산 확대 계획에 원전 관련주인 한전기술, 효성중공업 등도 상승했다.
트럼프가 정부 주도로 AI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 것도 긍정적이었다.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AI)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하고 향후 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뒤 관련 수혜가 예상되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력설비 등 관련 밸류체인에 있는 기업들이 상승 흐름을 탔다. 24일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지만,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다음 주 설 연휴 기간 예정된 FOMC와 M7의 실적 발표 등 주요 이벤트에 대한 경계심이 유입되면서 상승폭을 키우진 못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사상 최고 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하락했다가 소폭 반등했으며 삼성전자(005930) 등 다른 반도체주도 내렸다. 이번 FOMC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회의로, 물가 및 재정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향후 금리인하 경로를 예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애플, 메타, 테슬라, 알파벳 등 빅테크도 연휴 중 줄줄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30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ECB가 금리를 0.25%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트럼프 트레이드’보다는 경제 지표와 통화 정책에 증시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첫 주 우려했던 것보다는 제한된 정책 집행으로 단기적으로 관련 불확실성 줄어들었다”며 “1분기 말에서 2분기로 가며 실제적인 정책들이 구체화되어 발표되기 전까지 트럼프 발언 영향력 국지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어 “대신 경제 지표와 통화정책 주목도가 높아질 전망”이라며 “1월 통화정책회의는 연준 동결, ECB 인하로 컨센서스가 대부분 맞춰져있고 2월부터 발표될 1월 경제 지표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다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장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행정부의 정책만으로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며 “펀더멘털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빅테크들의 신고가 랠리가 가능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정부 출범 직전까지 유보되던 각종 투자 계획들이 추후 집행될 공산도 클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꺼낸 프로젝트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계획인 스타게이트였던 만큼, 금번 실적 시즌에서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자본지출 계획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관련 밸류체인 전반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데 분명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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