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 슬립테크(수면 기술) 기업 에이슬립이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날개를 펴고 있다. 한때 수익화에 난항을 겪으며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협력 기업을 늘려가며 매출원 다각화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해 받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바탕으로 병원 대상 영업도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인 사업 성장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에이슬립은 최근 기업 대상(B2B) 및 병원 대상(B2H) 판로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에이슬립은 2020년 설립된 국내 슬립테크 기업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에이슬립이 개발한 앱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기기에 내장된 마이크로 사용자의 숨소리를 포착해 수면 단계·품질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에이슬립의 ‘슬립루틴’ 앱은 2023년 세계수면학회 주최 학술 행사에서 ‘애플워치’나 '구글 핏빗’ 등 국내외 수면 측정 기기 11종을 제치고 가장 높은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 받았다.
에이슬립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종 기업과의 협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세라젬의 헬스케어 기기에 에이슬립 기술을 접목하기로 합의했다. 사용자가 척추 의료기기, 홈 메디케어 베드 등을 사용하다가 잠에 들면 수면 패턴을 인식하고 온도, 조도를 조절하고 사용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숙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에는 맞춤형 숙면 기술을 경동나비엔의 나비엔 숙면매트에 적용했다. 역시 사용자의 수면 단계를 자동으로 인식해 매트 온도를 최적화하고 숙면을 돕는다.
에이슬립이 개발한 수면무호흡증 진단 보조 앱 ‘앱노트랙’은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보조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았다. 별도 하드웨어 장비가 없는 소프트웨어 앱이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돕는 보조 의료기기로 공식 인정받은 것은 최초다. 앱노트랙은 20분 이상의 수면 데이터가 있으면 호흡이 반복적으로 끊기는 구간을 찾아내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보조 의료기기로 식약처 인허가를 받은 만큼 가정에서 이용자가 병원을 찾기 전 가정에서 수면 장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병원 처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에이슬립은 2023년 초 기술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법인 설립 이후 LG전자 일부 제품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SK텔레콤과도 협업하는 성과를 냈지마 이외 수익원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이후 빠르게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협력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에이슬립은 올해 기업·병원 대상 판로를 넓혀 매출 성장을 본격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앱노트랙은 지난해 12월 비급여 처방 대상이 돼 관련 병의원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식약처 인허가와 비급여 대상 확정으로 병원에서 우리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본다”며 “이외 각종 국내외 기업과의 협업이 예정돼 있어 올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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