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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형 TR ETF 절세 칼 빼든 정부…업계 '촉각'

'매년 배당 배분' 세법 원칙 준용

TR ETF 배당소득 과세이연 금지

사실상 세전배당 재투자 막아

삼성운용, 바로 운용 형태 전환

업계 당분간 시행령 여파 이어질듯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가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한 뒤 자산운용 업계가 술렁였다. 해외 주식형 토털리턴 상장지수펀드(TR ETF)의 이자·배당소득을 매년 1회 이상 분배금 형태로 투자자에게 배분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TR ETF가 세전배당을 투자자에게 분배하지 않고 바로 재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현재와 같은 TR ETF 운용을 금지한 것이다. 과세 당국이 해외 주식형 TR ETF를 둘러싼 절세 논란에 칼을 빼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여파가 얼마나 클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TR ETF가 무엇인가


ETF는 크게 가격리턴(PR)형과 토털리턴(TR)형으로 나뉜다. PR형은 매해 이자·배당소득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상품이다. 흔히 아는 일반 ETF가 PR형 상품이다. 반면 TR ETF는 세전 이자·배당소득을 투자자에게 나눠주지 않고 바로 재투자하는 ETF를 뜻한다.

국내에서 TR ETF가 처음 출시된 것은 2017년 11월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KODEX MSCI 코리아 TR ETF’가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면서다. 이듬해 키움투자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현 신한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코스피를 추종하는 TR ETF를 내놓으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더욱 커졌다. 이후 2021년 삼성운용은 국내 최초로 미국 나스닥100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TR ETF까지 내놓았다.

TR ETF는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첫 TR ETF였던 ‘KODEX MSCI 코리아 TR ETF’는 약 1년 만에 순자산 1조 원을 돌파했다. 자동으로 분배금을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이 컸다. 다른 ETF도 받은 분배금으로 다시 같은 ETF에 투자하면 되지만 이 경우 추가적인 거래 수수료가 들게 된다. 두 번째는 절세였다. 절세 문제는 기재부가 이번에 시행령을 개정한 배경이었다.

기재부는 왜 TR ETF 관련 세법 시행령을 바꿨나


이번 시행령 개정의 핵심은 ‘해외 주식형 TR ETF도 세법 원칙대로 배당소득세를 매긴다’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재부가 시행령에서 개정한 내용은 해외 주식형 ETF의 이자·배당소득을 분배유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자·배당소득세를 환매와 양도 때까지 미루지 말고 다른 펀드처럼 1년마다 결산하라는 의미다. 다만 국내 주식을 담은 TR ETF는 이번 개정에서 빠졌다.

이를 이해하려면 그간 왜 ‘해외 주식형’ TR ETF가 절세 수단으로 꼽혔는지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배당소득세의 누진성과 관련이 깊다.

원칙적으로 일반 펀드·ETF 투자자는 매년 분배금에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한다. 만약 다른 이자·배당과 합쳐 연 2000만 원을 넘은 금융소득을 벌었다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돼 최고 49.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극단적으로는 매년 최고 49.5% 세율로 세금을 떼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TR ETF의 경우 한 번만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매겨도 됐다. 다른 상품과 달리 매도 때만 배당소득세를 한번에 과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과세 이연 효과다.

정정훈(왼쪽 두 번째)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룸에서 2024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해외 주식형 TR ETF의 경우엔 이 같은 과세 이연 효과가 더 극대화될 수 있다. 만약 TR ETF 손실이 발생했다면 이를 펀드 내 배당소득과 상계할 수 있다. 납부액이 줄어드는 것이다. 국내 주식형 TR ETF는 그렇지 않다. 펀드가 담은 국내 주식의 매매손익은 비과세 대상이라 배당소득과 통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국내 주식형 TR ETF는 포함되지 않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TR ETF는 출시 당시부터 과세 방식 측면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운용이 처음 코스피를 추종하는 TR ETF를 출시할 당시인 2010년대 후반엔 라이벌 업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구체적인 과세 방식을 따져봐야 한다”며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자산운용사들은 TR ETF 배당 전액 재투자가 ‘지수 구성 종목 교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잇달아 관련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소득세법 시행령에선 지수 구성 종목을 교체하는 펀드를 매년 도래하는 결산·분배 의무에서 예외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과세 당국에선 배당 재투자를 ‘지수 교체’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펀드) 이자·배당의 경우 매년 1년에 한 번씩 결산해서 분배해야 한다”며 “전체적인 상품 간의 형평을 따져볼 때 TR ETF와 일반 ETF 간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는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미칠 영향은


운용업계에선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ETF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해외 주식형 TR ETF 순자산은 약 6조 원 규모에 달했다. 특히 이 중 90%가량을 차지한 삼성운용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삼성운용은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나오기 전 과세 당국에 TR ETF 이자·배당소득 분배유보 제외에 반대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발표 직후엔 바로 정부 방침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운용은 24일부터 해외 주식형 TR ETF 2종을 모두 개편해 분기 단위 분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ODEX 미국S&P500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TR’의 상품명엔 ‘TR’이라는 표기가 모두 사라졌다.

업계에선 그간 TR ETF로 세법상 논란이 적지 않았던 만큼 기재부가 정리에 나섰다는 의견이 나온다. 세후 분배금을 다시 투자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설계하면 ‘자동 재투자’가 가능한 TR ETF는 그대로 출시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장기 투자자 사이에선 해외 주식에서 과세 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쉬워하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금리·채권형 TR ETF도 PR형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른 여파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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