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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컴퍼니⑨] SK이노베이션, 정유·LNG 훈풍 타고 재도약 준비

기후변화 위기는 '사기'라는 트럼프  

친환경 정책 멈추고 화석연료 옹호

정유·LNG·석화 사업 수혜 가능 예상  

적자 계속 SK온은 올해도 위협요소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종 에너지 정책에 대해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대부분 뒤엎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 위기가 '사기'라고 말합니다.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라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세계에 더 팔고 싶어합니다. 관련 산업은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대표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096770)을 통해 그 기회와 위협을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의 어떤 정책이 이슈야?


미 워싱턴 에너지부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20일 바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첫 임기 당시 파리협정을 탈퇴한 바 있습니다. 2021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복원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재탈퇴를 해버린 것입니다. 그만큼 화석연료를 줄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부가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상업화를 돕기 위해 자금을 지출하고 대출을 지원하던 것도 중단했습니다. 대부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청정 에너지 사업을 위한 것이었으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죠.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National Energy Emergency)'를 선포하고 화석연료 생산과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건설에 적용되던 각종 규제를 완화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의 신규 허가를 중단했던 것도 즉각 재개 명령을 내렸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 연료까지 문제 없다는 반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푸럼(WEF)에서 "만약 석유나 가스가 들어오는 파이프에 문제가 생기거나 파이프가 폭발하는 비상 상황이 생긴다면 단기적으로 매우 클린(clean)한 석탄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날씨는 물론 폭탄 등 어떤 것도 석탄을 파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석탄은 매우 강력한 백업"이라면서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석탄이 많이 있고 석탄은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그 즉각 석탄·광산 업체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SWAT 분석: ①SK이노베이션의 강점은 뭐야?


코프로세싱 방식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연속 생산이 가능한 SK에너지 설비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우리나라 최대 에너지 기업입니다. 지난해 11월 SK E&S를 흡수합병되면서 덩치가 더욱 커졌습니다. 자산이 100조 원에 이르고 매출도 88조 원이나 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민간 에너지 기업으론 가장 크다고 합니다. 그만큼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다양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SK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정유사업, SK지오센트릭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사업, SK E&S를 중심으로 한 LNG사업 등이 대표적입니다. 액침냉각 사업에 뛰어든 윤활유 기업 SK엔무브,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하는 SK어스온도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자회사입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증가로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SK이노베이션은 각 에너지 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AI산업에 종합 에너지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룹 내에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선두주자 SK하이닉스와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자리를 잡은 SK텔레콤이 든든한 '뒷배'가 돼줄 것으로 보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당시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솔루션화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있고 SK E&S는 수소나 LNG 발전 사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솔루션을 많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SWAT 분석: ②SK이노베이션의 약점은 뭐야?




다만 SK이노베이션은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은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공유를 수출하는 등 대표적인 석유제품 수출국으로 자리잡았지만 원료를 전부 해외에서 수입을 해와야 합니다.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납사, LNG 등 예외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사업 자체가 해외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 원료 가격이나 환율이 오르내리면 손익 또한 출렁거립니다. 그나마 이 정도는 낫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나 전쟁이 발생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집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사실 예상이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전 세계 유가와 환율의 변동을 정확히 예측하는 이는 없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내부적으로 아무리 좋은 계획과 전략을 세워도 외부적 요인에 의해 장사를 망칠 수 있습니다. 가령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분기 423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중국 수요 둔화와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고 관련 손실이 났고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정제시설 운영 등 생산 비용을 차감한 액수) 약세까지 겹친 영향이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 또한 수요 둔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SWAT 분석: ③SK이노베이션의 기회는 뭐야?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진제공=SK E&S


하지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석유와 LNG 생산량을 늘리면 이들 가격은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보통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는 재고 평가 손실로 이윤이 줄어든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는 하락세가 급격하거나 장기적일 경우의 얘기입니다. 적당한 가격선에서 안정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사업 운영에 나쁘지 않습니다. 더욱이 미국 쪽에서 가격 하락을 주도한다면 중동 원유의 실제 판매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원유 70% 정도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싸게 원유를 사와서 이를 가공, 해외로 수출할 수 있습니다. LNG 가격 하락도 수혜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이미 2022년 카타르와 호주를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습니다. 여기서 다시 생산량을 늘리면 SK E&S는 저렴한 미국산 LNG를 활용한 수입선 다변화가 가능해집니다. 석유화학 산업 또한 트럼프 2기에서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원가 절감과 함께 더 강도 높은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시작될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격이 저렴한 러시아산 납사를 써왔습니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공급이 완전 끊겼습니다. 러시아산 납사는 대신 중국과 대만 등으로 흘러갔고 이들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더 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 납사 공급이 다시 가능해질지 모릅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제재로 중국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이 예전처럼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SWAT 분석: ④SK이노베이션의 위협은 뭐야?


SK 서린사옥 전경. 사진제공=SK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의 '아픈 손가락' SK온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결국 SK온이 살아나야 기업 자체가 퀀텀 점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성장 동력으로 배터리를 점찍고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자가 들어간 상황에서 이윤을 끌어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SK온을 살리기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더 이상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자 연 1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E&S을 통해 SK온에 자금을 수혈하려는 취지였다는 겁니다. 그만큼 SK이노베이션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열쇠입니다. SK그룹은 지금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만 극복하면 배터리 사업이 엄청난 먹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에만 두 개의 공장을 마련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에 독자 공장을 운영 중이고, 켄터키·테네시주에 포드와 합작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에 대해 좀 부정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사에서 "그린 뉴딜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세액공제) 등을 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 축소가 현실화된다면 전기차 확산 속도가 더 둔화될 수 있습니다. 다만 IRA 폐기를 하려면 상·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한국 배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상황을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래서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실적 전망은 어때?


실적 전망은 일단 좋은 상황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실적 추정치는 매출 78조5317억 원에 영업이익 2조2599억 원에 달합니다. 지난해에는 4분기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매출 73조6682억 원에 영업이익 2556억 원 정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증권사들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규모가 무려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캐시카우'인 SK E&S의 합병이 꽤 영향을 차지할 겁니다. 하지만 그뿐 아니라 정유 사업이 지난해에 비해 안정적 수익을 거두고 석유화학도 선방할 것이란 기대도 더해진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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