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소득 인적용역 사업자의 원천징수세율을 27년 만에 낮추기로 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나 프리랜서 중 사업소득 명목으로 세금을 먼저 뗀 뒤 종합소득세 확정 과정에서 일부를 환급받는 ‘조삼모사’식 납세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저소득층 인적용역 사업자에 대한 원천징수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3.3%(지방소득세 0.3% 포함)인 인적용역 사업자 원천징수세율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1998년 의사·연예인 등의 탈세 문제로 원천징수세율을 1.1%에서 3.3%로 올린 지 27년 만이다.
이는 배달라이더·대리기사같은 특고 근로자가 늘어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특정 고용관계를 맺지 않기 때문에 세법상 인적용역 사업자로 분류된다. 인적용역 사업자는 소득의 3.3%를 먼저 원천징수 명목으로 떼이고 이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각종 공제를 반영해 결정세액을 정한다. 만약 앞에서 뗀 원천징수분(3%)이 결정세액보다 많을 경우 세무 당국에서 초과분을 환급해준다.
그런데 특고 대다수의 확정소득이 적다 보니 인적용역 사업자에 대한 환급액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원천징수세액이 종소세 결정세액보다 많아 인적용역 사업자가 환급받은 금액은 2022년 6515억 원에서 2023년 8502억 원으로 1년 새 30.5%나 불어났다. 환급금을 받은 인적용역 사업자는 같은 기간 269만 명에서 349만 명으로 29.7% 증가했다.
어차피 환급을 받기 때문에 명목적인 세 부담은 동일하다. 문제는 환급을 위해 특고가 내야 하는 세무 비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세무 행정에 익숙하지 않은 인적용역 소득자가 환급액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삼쩜삼이나 토스세이브잇같은 세무 플랫폼을 활용하는 특고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는 수수료도 일종의 세무 비용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세무 업계의 한 관계자도 “특고 중 세무 플랫폼을 통해 환급을 받는 분들도 많은데 이 과정에서 10% 이상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것도 일종의 거래 비용”이라고 해석했다. 과세 당국 입장에선 환급에 행정력을 써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원천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적용역 사업자 원천징수세율을 1.1%로 낮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재위 내에서도 공감대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기재위는 부대 의견 결의안에 “인적용역 사업자의 사업소득 원천징수세율을 내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관련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월급방위대 정책협약식’에서도 특고 근로자 원천징수세율 인하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저소득 인적용역 제공자의 원천징수세율을 낮추도록 하겠다”며 “번거로운 환급 신청 절차 없이 과세 관청이 직권으로 환급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천징수세율을 낮췄다가 조세 저항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할 문제로 꼽힌다. 기재위는 “원천징수세율을 인하하면 종소세 환급자 일부가 추가 납부 의무자로 변경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소득세 환급보다 미납액 징수에 따른 조세 저항이 더 크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도 세율 인하에 따른 소득 흐름 영향을 검토한 뒤 원천징수세율 제도 개편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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