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가뭄 속에 신음하는 국내 TV·디스플레이 업계가 가성비 좋은 액정표시장치(LCD) TV 선전에 긴장하고 있다. 얼어붙은 정보기술(IT) 업황에도 대형 TV 인기는 견조하게 높아져 대형화에 유리한 중국 주도의 LCD 패널·TV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인 전략을 구사하는 국내 업계에는 불리한 환경으로 국내 기업들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대형 OLED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인공지능(AI) 기술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30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월 LCD 판가는 특히 대형 제품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32·43·50인치가 모두 1달러씩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 데 반해 65·75인치는 2달러, 85인치는 4달러 인상될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업계는 그동안 LCD 판가를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해 명절 등 연휴 때마다 생산을 중단해 왔는데 LCD 패널 인기로 공급이 부족하자 올해 춘제에는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대형 TV의 인기몰이가 LCD 패널의 인기를 떠받친다. TV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대형 TV는 수요는 비교적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전체 TV 제품 대비 30~59인치 제품의 경우 2027년 점유율이 2023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 반면 60~60인치는 이 기간 13.8%에서 14.5%, 70인치 이상은 9.7%에서 14.9%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 시장은 지난해 1~9월까지 97인치 이상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다.
대형 TV의 인기는 OLED 위주의 국내 기업에도 일단은 유리한 신호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OLED TV도 주로 대형 제품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출하된 OLED TV의 평균 사이즈는 60.6인치로 LCD TV(50.3인치) 대비 크다.
다만 가성비는 발목을 잡는 요소다. 대형 TV는 OLED 제품 가격이 기본 수백만 원, 많게는 1000만 원 단위를 넘어가기 때문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LCD 패널을 향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옴디아는 올해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기반의 LCD TV 패널 출하량이 930만 대에 달해 처음으로 OLED TV 패널(750만 대)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은 OLED 패널 가격 합리화에 기술력을 집중하는 한편 AI 기술 고도화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4세대 OLED 패널을 출시한 LG디스플레이는 가격 합리화에 만전을 기했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TV 트렌드 중 하나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이라 초대형 사이즈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에게 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지난해에 운영 효율화 등 원가 절감 활동에 집중한 만큼 4세대 제품 원가가 소비자 수용이 가능한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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