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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 밀린 유료방송…이통사 '아픈 손가락'

케이블TV 가입자 감소세 가팔라

홈쇼핑 업황 악화에 수수료도 줄어

인수합병 이후 시너지 창출 실패

3사, 영업 손상차손 3200억 넘어

SK브로드밴드가 2022년 출시했던 올인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박스 '플레이제트' 이미지. 사진 제공=SK브로드밴드






이동통신사들이 미디어·콘텐츠 사업 강화와 통신 네트워크와의 시너지를 위해 인수했던 유료방송이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수천억 원대의 영업권 손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매체 이용행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바뀌면서 케이블TV 가입자가 줄고 있는데다 인터넷(IP)TV도 성장세가 정체되면서 거액을 주고 사들였던 유료방송이 이통사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이통 3사 유료방송 자회사들의 영업권 손상차손 규모가 3262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권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인수 기업의 순자산 공정가치를 제외한 경영권 프리미엄 성격의 무형자산이다. 해당 기업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와 사업적 시너지,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책정된다.

유료방송을 인수한 이통 3사 중 영업권 손상차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LG유플러스(032640)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말 LG헬로비전(037560)(옛 CJ헬로)의 지분 50%를 약 8000억 원에 인수했는데, 이중 영업권 가치만 5313억 5800만 원에 달했다. LG헬로비전은 피인수 직후부터 매년 대규모 영업권 손상을 기록했다. 그동안 LG헬로비전이 인수했던 지역 케이블TV 업체들에 대한 대규모 영업권 손상을 인식한 것이 LG유플러스의 영업권 손상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LG헬로비전 자체의 영업권 규모는 2019년 말 4900억 원 수준에서 2024년 3분기 말 기준 245억 원 규모로 급감했다.



KT(030200)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053210)도 비슷한 상황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2021년 9월 HCN 인수 당시 영업권을 약 2500억 원 수준으로 책정했는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300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3년 4개월 만에 1200억 원 규모의 영업권 손상이 발생했다.

SK텔레콤(017670)도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2020년 4월 케이블TV 업체인 티브로드를 8621억 원에 합병하며 유료방송 사업을 확대했으나 충분한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 효과를 누리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인수와 함께 금융권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공개를 추진했지만 최근 성장성이 둔화하면서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아울러 티브로드의 기존 주주였던 태광과 투자자인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지분 24.8%를 1조 1500억 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이같은 유료방송의 가치 하락은 OTT에 밀려 경쟁력이 약화한 탓이다. 주력 사업인 케이블TV는 가입자 수가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2020년 1324만 명에서 지난해 6월 기준 1222만 명으로 100만 명 이상 감소했다. 반면 OTT 사용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티빙 등 주요 5개 OTT 앱 설치자는 2019년 701만 명을 기록한 이후 2023년 4월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유료방송의 또 다른 수입원인 TV홈쇼핑 송출수수료도 줄어들고 있어 실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TV홈쇼핑사들은 시청자 수 감소로 방송 매출이 감소하자 e커머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시너지를 노리고 유료방송사를 인수했으나 OTT라는 변수로 인해 효과가 반감됐고, e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인해 업황이 나빠진 TV홈쇼핑도 기댈 곳이 못된다"면서 “인공지능(AI) 기술 접목으로 IPTV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이용요금 규제 완화 등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미디어·콘텐츠 산업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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