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들이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최신 추론 모델인 ‘R1’을 경쟁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중국 첨단 기술을 둘러싼 안보·보안 우려와 지적 재산권 침해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R1의 성과를 높게 평가한 셈이다.
1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달 30일 자사의 오픈소스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NIM 마이크로서비스’에서 딥시크 R1 모델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NIM은 엔비디아가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생성형 AI 모델을 쉽고 효율적으로 배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엔비디아는 R1에 대해 “논리적 추론과 추리, 수학, 코딩, 언어 이해가 필요한 작업에 최고의 정확성을 제공하며 높은 효율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29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 AI 파운드리’와 개발자 도구 ‘깃허브’를 통해 R1 모델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같은날 열린 투자자 콘퍼런스콜에서 “진정한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며 딥시크를 극찬하기도 했다. MS는 추론형 AI 모델에서 가장 앞선다고 평가받고 있는 챗GPT ‘o1’ 모델의 개발사 오픈AI의 최대 주주다. MS는 최근 오픈AI가 딥시크를 겨냥해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자사 AI 모델의 지식을 증류(Distilling)했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아마존도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이용하는 개발자들이 강력하고 비용 효율적인 R1을 사용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 제공 사실을 알렸고, ‘구글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도 R1의 검색 결과를 함께 제공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빅테크의 행보가 ‘저렴하고 성능 좋은 개방형 모델’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폐쇄형 모델인 ‘o1’의 가격은 출력 기준 100만 토큰당 60달러지만 R1은 2.19달러에 불과해 개발자들로서는 후자를 이용하는 편이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펫 겔싱어 전 인텔 CEO는 “딥시크의 성과는 AI 추론 모델의 광범위한 채택을 촉진하고 개방형 혁신에 대한 업계 관점을 재구성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4대 AI 석학으로 불리는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역시 자신의 X(엑스) 계정에 “딥시크는 최근의 몇 가지 중요한 추세 변화를 보여줬는데 그중 하나가 생성형 AI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있으며 AI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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