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 디스플레이 업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특화 디스플레이로 통하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과거 액정표시장치(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우 한국이 먼저 시장을 개척한 뒤 중국이 추격하는 양상이었는데 이제는 중국이 먼저 생태계를 구축해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 것이다.
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화권 패널 업체들이 연달아 마이크로 LED 초기 양산에 돌입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패널 업체 BOE는 LED 제조 업체 HC세미텍을 인수해 신공장을 지었고 지난해 말부터 6인치 웨이퍼 기반 마이크로 LED 생산을 시작했다. 대만에서는 AUO가 올해 생산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1조 5000억 원을 투자해 LCD 공장을 마이크로 LED 패널용으로 개조하고 있다. 애플의 최대 협력 업체인 폭스콘도 올해 마이크로 LED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마이크로 LED는 픽셀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인 초소형 LED 소자를 뜻한다. OLED 대비 명암비와 색 표현이 뛰어나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OLED를 이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제품군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마이크로 LED 공급망에서 국내 업체들이 사실상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를 만드는 국내 기업들은 패널과 LED 소자를 중화권 기업에서 매입해 쓰고 있다.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가 웨어러블용 마이크로 LED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대량 양산이 아닌 연구개발(R&D) 단계다.
이동욱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중국은 일찌감치 LED 칩부터 시작해 패널 제조까지 연결되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며 “이대로라면 새로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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