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미국 빅테크에 필적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이면서 ‘차이나 테크’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가운데 국내 대표 AI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CEO들은 딥시크 쇼크가 업계와 시장에 미친 충격에 비해 기술력이 독보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국내 기업들도 자본력 열세를 딛고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저전력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 기업 딥엑스의 김녹원 대표는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는 딥시크와 결합해 온디바이스 AI(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 제공)에서 일반인공지능(AGI)에 준하는 성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첫 공개 때 가장 큰 성능을 갖춘 AI를 내놓은 뒤 이후 경량 버전들을 차차 내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딥시크 또한 경량 모델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맞춰 딥시크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AGI는 특정 분야나 목적에만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AI와 달리 인간 수준이나 그 이상의 범용적 지능을 갖춰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는 AI다. 김 대표는 “딥엑스는 모든 오픈소스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딥시크에 대해서도 최적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생성형 AI 기업인 솔트룩스(304100)의 이경일 대표는 딥시크의 등장에 대해 “스타트업이 갖고 있던 소규모의 자산을 활용해 오픈AI나 메타와 같은 빅테크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라고 평가하며 “엔비디아의 ‘H100’ 같은 고가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이 정도의 성능 구현에 성공했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자체는 원래 있던 것이어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딥시크 쇼크가 시장의 변화를 야기할 상당히 의미있는 이벤트인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AI 검색 서비스 개발 기업 라이너의 김진우 대표는 “제품 중심의 기업으로서는 딥시크가 공개한 뛰어난 성능의 모델을 제품에 적용해 가치를 창출하거나 증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오픈소스로 모델을 공개해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어 “라이너를 비롯한 국내 AI 스타트업에게는 실보다 득이 더 많은 기술”이라면서도 “다만 많은 노하우 공개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딥시크의 ‘V3’이나 ‘R1’ 수준의 모델을 재현하기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AI 슬립테크(수면기술) 기업 에이슬립의 이동헌 대표는 딥시크의 출연에 대해 “대부분 국내 스타트업에게는 위협 보다 기회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미국 빅테크 AI 모델 사용료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저비용·고효율의 거대언어모델(LLM) 출현은 우리에게 기회 요인”이라고 말했다.
CEO들은 딥시크의 주장대로 오픈소스를 활용해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효율이 높은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LLM은 물론 서비스 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생태계가 대폭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녹원 대표는 “딥시크가 지금보다 3분의 1 정도 더 경량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 생성형 AI도 수익화의 길이 열릴 것”며 “비용 부담이 줄며 더 많은 기업이 투자하면서 새로운 레이스(경쟁)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일 대표는 “과거 리눅스와 안드로이드처럼 오픈소스 모델이 새로 나오면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면서 “전세계 AI 기업들이 딥시크처럼 빅테크를 뛰어넘으려는 도전을 계속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EO들은 딥시크 쇼크가 국내 AI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측면에 더 주목했다. 김녹원 대표는 “딥시크의 혁신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더욱 창의적인 방법을 시도해 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경일 대표는 “AI 모델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더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진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앱 시장이 극단적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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