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삼성전자(005930)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딥시크발(發) 충격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여파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3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투자증권(7만 7000→7만 1000원), 신한투자증권(7만 7000→7만 3000원), 다올투자증권(7만 7000→7만 2000원), IBK투자증권(8만 2000→7만 5000원), 유진투자증권(7만 5000→7만 2000원)은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내렸다. 지난달 메리츠증권(8만 7000→7만 2000원), DS투자증권(7만 7000→7만 1000원) 등이 목표가를 내렸는데 이달에도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이날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00원(2.67%) 하락한 5만 1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5만전자’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14일 장중 4만 990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바 있다.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15일 10조 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등했지만 이날 3% 가까이 하락하면서 주가는 자사주 매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낸 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딥시크 충격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 수출 제재를 강화하면 1분기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다시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제재는 중국 판매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에 특히 뼈아픈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수율 개선과 연구개발(R&D) 목적의 추가 웨이퍼 투입이 계속되면서 비용이 상승해 1분기에도 조 원 단위 적자가 예상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상반기가 지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추세적 반등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와 파운드리 적자 영향으로 실적이 다시 한 번 낮아질 것”이라며 “실적의 바닥을 지지한 이후 주가는 반등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품질 좋은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 D램 개발과 2나노 파운드리 초대형 고객 확보가 주가의 트리거가 될 수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주가는 시장의 불신과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반영돼 있기 때문에 올 상반기를 지나면서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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