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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복귀서 미전실 재건까지…'스피드 경영' 부활 예고

[이재용 2심도 무죄]

◆ 다시, 삼성 미러클-<상> 파괴적 혁신 급물살

10년 사법리스크 사실상 해소

등기이사 복귀 등 급물살 탈듯

주요 사업장들 찾아 현안 점검

중단됐던 글로벌 네트워크 재가동

컨트롤타워 경영진단실도 강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3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재계에서는 “10년 가까이 묶여 있던 사법 리스크 족쇄가 드디어 풀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 회장은 565일간의 수감 생활을 했다. 2020년부터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세조종 혐의로 100차례가 넘도록 법정에 섰다. 1심부터 항소심 무죄 선고가 나오기까지도 4년 5개월이 걸렸다.

이 회장이 법정을 드나드는 시기 삼성에는 빠르게 위기가 드리웠다. 삼성의 ‘초격차’ 상징이었던 메모리반도체에서는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을 뺏겼다. 저가 전략으로 추격해오는 중국 메모리 공습에 그간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였던 범용 메모리의 수익성도 낮아졌다.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AI 분야에서는 중국의 딥시크 폭풍이 휘몰아친 가운데 삼성은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는 빅테크 수주에 고전하면서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빅테크 수주에 고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수조~수십조 원 단위의 대규모 투자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 회장이 직접 공언한 ‘반도체 비전 2030’ 실현이나 신성장 동력 발굴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매주 펼쳐지는 재판 일정 때문에 장기 출장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 사업장 방문은 법원이 쉬는 연휴에 잡아야 했을 정도다. 기술과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이를 직접 확인할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던 셈이다. 주요 인사를 만나 사업 활로를 모색하기도 쉽지 않았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최근 중국의 AI 기업 딥시크를 보고 모골이 송연해졌다”며 “중국이 민관 합동작전처럼 AI 산업을 발전시키는 동안 삼성의 미래 전략은 사실상 ‘스톱’에 가까운 상태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그간 오너 경영 특유의 빠른 경영 결정으로 메모리반도체 등 주요 사업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불리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법 리스크 해소로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나 컨트롤타워 재건 등 사법 리스크로 인해 장기 과제로 미뤄졌던 안건들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우선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방문하며 사업 현안 점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사업장부터 미래 먹거리인 로봇과 바이오, 전장 사업 등도 주요 행선지 후보로 거론된다. 해외 네트워크 복원에도 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1심 무죄 선고를 받고 하루 만에 아랍에미리트(UAE)와 동남아시아로 해외 출장을 떠난 바 있다. 이번에 방한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해외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사업에 활용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과 투자 영역에서 본격적인 초격차 복원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 회장이 2023년 말 신사업 발굴을 위해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은 1년 만에 수장이 두 번 바뀌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며 신사업 분야에서 첫발을 떼고 있지만 더욱 적극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AI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총수가 직접 나서 핵심 현안에 대응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에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거론된다. 등기이사 복귀는 이 회장의 책임 경영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수순이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임원에 올랐으나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2019년 연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이후 2022년 회장 취임 이후에도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등기임원이 아닌 건 이 회장이 유일하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의 기반도 갖춰졌다. 그간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굵직한 M&A 등을 주도면밀하게 진행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왔다. 2017년 2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은 이 기능을 사업 지원(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룹 조직 역할을 맡겼지만 통솔력 등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복합 위기 타개 방안 중 하나로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는데 재계에서는 이를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팀 기능이 부활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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