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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권위·포용' 앞세운 JY리더십, 초격차 인재로 신기술 휩쓴다

■다시, 삼성 미러클 <하> 이재용의 '승어부'

부친 이건희 냉철한 카리스마 발휘

獨 신경영 선언 등 극약처방 활용

수직적인 이미지 탈피한 이재용

MZ세대에 어필…인재 확보 포석

공격적 M&A로 추진력도 '출중'







‘승어부(勝於父)의 시간이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3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불법 승계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10년간 발목을 묶고 있던 사법 족쇄를 풀었다.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이 회장의 과제는 단순 명료하다.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리더십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회사를 ‘퀀텀 점프’시키는 것이다.

이 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선대회장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 반면 이 회장은 포용·탈권위와 함께 반전의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며 삼성을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이 아버지를 넘어서는 ‘승어부’로 삼성뿐 아니라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에 고전하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건희, 위기 때마다 ‘불호령’=이 선대회장은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조직을 관리해 ‘경영의 신’으로 재계의 존경을 받았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강력한 발언들로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현장에서도 목표한 품질에 도달하지 못하면 ‘불호령’을 내리며 직원들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했다. 1995년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에서 휴대폰 15만 점을 태워버리는 ‘디지털 화형식’이 진행돼 임직원은 물론 업계 모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질을 위해서라면 양을 희생시켜도 좋다”는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극약 처방이었고 갤럭시 신화로 이어질 수 있었던 혁신의 근원이었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 D램 사업에서도 이 선대회장은 ‘위기 경영’을 강조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2007년 D램 생산성이 경쟁사에 뒤처진다는 소식을 보고받은 이 회장은 당시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에게 크게 화를 내며 기술 리더십을 빠르게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한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재용, 탈권위·포용으로 인재 품는다=그렇다면 이 회장의 리더십 색깔은 어떨까. 냉철한 리더십의 아이콘이었던 이 선대회장과 달리 이 회장은 탈권위·포용 기반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장착한 오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 임직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을 방문해 1만 원 이하의 식단을 배식받아서 식사를 하거나 직원의 배우자에게 영상 전화를 걸어 인사를 나누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임직원들을 만나는 모습은 이제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이 회장의 행보는 딱딱하고 수직적인 이미지의 삼성이 변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젊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임직원들과 만날 때 국민 MC 유재석 씨가 연상될 정도로 매끄럽고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스타일”이라며 “이 회장이 다양한 개성을 지닌 MZ 세대에게 마치 실리콘밸리의 빅테크처럼 자유로운 회사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모습에 추진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었지만 이 회장은 이를 불식시키듯 과감한 선택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지 3년 만인 2017년, 이 회장은 2017년 세계적인 전장 기업 하만을 역대 회사 M&A 사상 가장 큰 규모인 9조 4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거래를 주도했다. 현재 하만은 BMW·벤츠·아우디·페라리 등 유력 자동차 브랜드에 공급처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로봇·전기차 시장 확대를 언급한 이 회장이 공격적인 M&A를 위해 칼을 빼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데도 이러한 그의 성향이 반영됐다.

물론 삼성전자의 경영 상황이 상당히 심화한 만큼 때로는 ‘승어부’를 해내기 위해 강력한 인사 정책과 인재 양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고대역폭메모리(HBM)·파운드리 등에서 경쟁사와의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아버지가 보여줬던 강력한 신상필벌과 최고경영자(CEO) 양성 프로그램으로 단단한 조직 관리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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