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금 계좌를 통한 해외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뭉칫돈이 몰리는 가운데 정부가 여기서 발생한 배당 수익에 대한 연금소득세를 환급해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올해부터 세제가 바뀌어 국내외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이를 서둘러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4일 금융투자 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 계좌로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뒤 받는 분배금에 대한 연금소득세를 투자자들에게 추후 환급해주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편에 따라 지난달부터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선(先) 환급, 후(後) 원천징수’ 과세 절차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받은 분배금에 대해 해당 국가에 먼저 배당소득세(미국의 경우 15%)를 내면 과세 당국이 이중과세 문제 방지를 위해 이를 미리 환급해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과세를 신경 쓰지 않고 분배금을 온전히 받은 뒤 한국 배당소득세 세율에 맞춰 세금을 내기만 하면 됐다. 정부는 그러다 올해부터는 해외 세율이 더 높을 경우 현지에서만 배당소득세를 내는 구조로 이를 바꿨다. 기존 2단계 절차를 간소화해 납세 편의를 높이겠다는 목적에서다.
문제는 해외에서 배당소득세를 낸 뒤에도 국내에서 연금소득세를 한 번 더 내야 하는 연금 계좌 투자에서 불거졌다. IRP나 연금저축계좌로 해외 주식 펀드에 투자한 이는 배당소득세 외에도 연금을 수령할 때 나이에 따라 연금소득세 3∼5%를 또 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중과세가 최근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 주식형 ETF 투자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월배당 ETF의 경우 당장 지난달 분배금부터 투자자들이 이중과세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재부 등은 원천징수되는 배당소득세는 놓아두고 연금소득세만 투자자들에게 환급해주는 방식을 최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해외나 국내에 배당소득세만 내면 된다. 다만 업계와 관가는 세법 개정 등을 통해 연금소득세 환급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만큼 올해 안에는 이를 시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중과세 문제를 미리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업계 의견을 취합하고 대응하면서 관련 지침을 만들고 있다”며 “연금 계좌의 경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려면 과세 방식을 단순화해야 할 것 같다”며 “정부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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