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단가가 높은 전기차 타이어는 업계에서 고수익 제품으로 꼽힌다.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무겁고 출력이 높으면서도 조용한 전기차 특성을 고려해 더욱 많은 보강재와 기술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용 타이어가 내연기관차 타이어보다 20~30%가량 비싼 편이다. 반면 마모 속도는 빨라 교체 주기가 짧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은 전기차 타이어와 고인치 타이어 등 고부가 제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이런 제품 위주로 판매를 늘리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9조 원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한국타이어 창사 이래 첫 8조 매출…고부가 제품 실적 견인
5일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2024년 연간 매출액은 9조 4119억 원, 영업이익 1조 7622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3%, 영업이익은 32.7%씩 증가했다. 한국타이어가 매출액 9조 원을 돌파한 것은 1941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2023년(매출액 8조 9396억·영업이익 1조 379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 회장의 ‘퍼스트 무버’ 전략 아래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고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타이어 업황은 달랐다. 캐즘 시기 전에 시장에 팔린 전기차들은 지난해 들어서야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을 탑재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무거우면서도 출력이 높아 가속력도 뛰어나 타이어 마모도 빠르다. 이로 인해 전기차 타이어의 교체 주기는 내연기관차(5년) 타이어보다 2~3년 짧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는 2021년 정점에 달했는데 해당 시기에 판매된 전기차의 타이어 수요가 발생하면서 판매 확대로 나타난 것이다. 또 진입 장벽을 낮춘 대중화 모델 등 전기차 신차 출시가 이어진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한국타이어는 2022년 세계 최초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인 ‘아이온(iON)’을 출시하는 등 일찌감치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자 했다. 전기차 상용화 이전부터 프리미엄 전기차 등을 타깃으로 원천 기술을 쌓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포르쉐 타이칸과 아우디 e-트론 GT, BMW i4, 현대차 아이오닉 6, 기아 EV3·9 등에 전기차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미국 테슬라의 모델3·Y, 중국 비야디(BYD)의 Song max, Yuan 등도 한국타이어의 타이어를 탑재한다.
지난해 18인치 이상 고인치 승용차용 타이어는 호실적을 견인했다. 한국타이어의 해당 타이어 판매 비중은 지난해 46.5%로 전년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올해에는 이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해 실적 개선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강화했다. 현재 전 세계 50여 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280개 넘는 차량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초고성능 타이어 개발에도 착수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부터 3년 간 국제자동차연맹(FIA) 주관의 ‘FIA 월드 랠리 챔피언십’ 대회에 레이싱 타이어를 독점 공급한다. 모터스포츠 대회를 통해 쌓은 데이터로 타이어 성능 개선을 지속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2025년 매출액 부문 전년 대비 성장, 영업이익률 10%대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의 파트너십 강화,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美 고관세 정책에 긴장감 고조…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
다만 올해 한국타이어 등 업계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고관세 정책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의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이 상향 조정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미국 상무부는 2021년부터 한국산 타이어가 자국 시장에서 공정 가격 이하로 판매된다며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왔다.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 판매 물량에 대해 국내 업체별로 4.2~6.3%의 관세율을 적용한다. 한국타이어는 6.3%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올해 1분기에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 판매 물량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을 고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하게 밀어 붙이면서 관세율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한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주에 타이어 생산 공장을 확보했다. 이곳에 총 15억 7500만 달러를 투자해 타이어 생산 능력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생산 효율화도 병행한다. 한국타이어는 전 세계에 걸쳐 8개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공장과 신설 미국공장은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높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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